그러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환원될 경우 정치권의 압력이나 밀실 결정 등 과거 무기도입 사업을 둘러싼 비리가 재현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무기구매 방식 전환 검토 배경〓국방부는 97년 그동안 소액사업에 국한됐던 공개입찰 방식을 수조원대의 대형무기 구입에도 적용키로 하고 FX사업을 첫 ‘시험대’로 삼았다. ‘율곡사업 비리’ 등 과거 무기도입을 둘러싼 고질적 문제를 없애고 참여업체간 가격경쟁 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FX사업은 추진과정에서 참여업체간에 치열한 비방폭로전이 전개되고 현역 공군대령이 사업 관련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자 김동신(金東信) 국방부 장관은 금년 4월 국회 국방위에서 무기구매 방식과 관련,“향후 공개입찰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제 무기 도입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군의 무기체계 현실을 고려할 때 제3국 무기 구매는 통합작전운용 등의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군 내부의 여론도 무기구매방식 전환 검토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FX사업에서 탈락한 프랑스 다소사는 최근 “FX사업의 결과가 불공정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사냥터’인 한국의 방산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수의계약의 문제점〓93년 율곡사업(한국군 전력증강사업) 비리 수사로 전직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4성장군 출신들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구속된 전례가 있다. 74년부터 27조8000억원을 투입해 추진된 율곡사업은 한국형 전투기(KFP) 및 대잠초계기, 차세대 헬기 도입 등을 망라한 사업.
이 사건 이후 군은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개 입찰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방위력 개선사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수의계약 방식은 미국 일변도의 무기구매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럴 경우 경쟁의 여지가 사라져 사업 전반에 걸쳐 업체의 요구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국방부의 대외신인도 추락도 우려되고 있다.전문가들은 “미국 일변도의 무기구매선의 다양화와 구매 협상력 제고 등을 고려할 때 공개입찰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참여업체들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