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축구대표팀 경기 추진 안팎

  • 입력 2002년 6월 6일 23시 44분


한국 선수들이 가볍게 달리기를 하며 피로를 풀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가볍게 달리기를 하며 피로를 풀고 있다.
9월8일 남북 축구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는 유럽-코리아 재단의 발표는 다양한 교류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남북관계가 북한의 일방적인 2차 경협추진위원회(5월7일) 불참 이후 소강상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북측이 당국간의 접촉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처럼 민간접촉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는 유럽-코리아 재단이사 자격으로 지난달 방북했던 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9월초 남북 축구경기 개최’ 약속을 구체화한 것.

유럽-코리아 재단 측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와 실무협의를 가진 끝에 구체적 일정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이 당국간의 경평축구 개최 합의는 지키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과 박 대표의 개인적 약속은 신속하게 이행하는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안전 문제가 제기됐던 금강산댐의 방류계획도 우리 정부와 박 대표 측에 동시에 사전 통보했다.

또한 북한이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뭔가 우리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선을 불과 3개월 남짓 앞두고 남북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일정이 잡힌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김 국방위원장의 언급이 갖는 ‘권위’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김 국방위원장이 박 대표에게 약속한 것들이 공수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으로서는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체제유지에 별 부담을 주지 않는 민간 교류를 통해 남한에 생색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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