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측이 당국간의 접촉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처럼 민간접촉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는 유럽-코리아 재단이사 자격으로 지난달 방북했던 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9월초 남북 축구경기 개최’ 약속을 구체화한 것.
유럽-코리아 재단 측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와 실무협의를 가진 끝에 구체적 일정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이 당국간의 경평축구 개최 합의는 지키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과 박 대표의 개인적 약속은 신속하게 이행하는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안전 문제가 제기됐던 금강산댐의 방류계획도 우리 정부와 박 대표 측에 동시에 사전 통보했다.
또한 북한이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뭔가 우리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선을 불과 3개월 남짓 앞두고 남북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일정이 잡힌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김 국방위원장의 언급이 갖는 ‘권위’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김 국방위원장이 박 대표에게 약속한 것들이 공수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으로서는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체제유지에 별 부담을 주지 않는 민간 교류를 통해 남한에 생색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