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일부 공약은 이미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고 일부는 2000년 16대 총선의 공약을 재탕한 것이었다고 한국정책학회 측은 밝혔다.
한국정책학회와 중앙선관위는 지방선거에 참여한 11개 정당 중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등 4개 정당으로부터 △10대 중점 정책공약 △16개 시도별 공약 △7개 분야별 공약 등을 제출 받아 비교 평가작업을 해왔다.
▽자치행정분야〓크게 돈이 들어가는 공약은 없었으나 실천의지가 의문시되는 공약이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통적으로 제안한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의 도입은 양당이 98년경부터 정치개혁 차원에서 찬성해왔지만 막상 도입을 추진할 경우 빚어질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입법을 차일피일 미루어왔다.
또 민주당이 제안한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배제 문제는 한나라당이 극력 반대하는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똑같이 약속했으나 이 법 제정에도 그동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자민련은 중앙의 사무를 지방으로 대폭 이관하고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식의 대원칙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법론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시민들이 일상적인 지방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예산제 도입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교육분야〓한나라당은 교육재정의 국내총생산(GDP) 7% 달성과 함께 교원보수 대폭 인상, 의무교육 교원 보수 전액의 국가 부담, 학급당 학생수 5년 내에 30명 수준으로 감축, 만 5세 아동 교육비의 일부 정부 지원 등 엄청난 돈이 드는 공약을 줄줄이 제시했다. 그러나 소요예산과 재원조달방법에 대해선 아무 것도 내놓지 않았고, 공약의 우선순위를 물은 데 대해서도 답변이 없었다.
민주당이 제시한 △학생들의 특기 적성 개발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국가 수준 판별도구의 학력검사 △지역실정에 맞는 특성화 고교 확대 △지방대학 특성화 집중지원 등의 공약도 구체적 수단과 목표치가 없었다.
자민련은 사립대학 정원의 3% 이내의 범위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노동분야〓정당간의 차별성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였다.
건강보험의 재정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은 직장-지역 재정분리를, 자민련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이나 임의조제 등 불법행위 제재를 통한 보험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반면 주5일근무제 도입에 대해선 민주당이 노사정 합의를 거쳐 사업장의 규모별 업종별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상세한 공약을 제시한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공무원노동조합 활동 지원을 강조했다.
이 분야에서 민주당은 공약별 소요예산액과 재원조달방법, 정부 부처와의 협력방안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5대 암(癌)과 희귀 난치성 질환 등 주요 질병의 국가관리를 포함, 전국민 평생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의 재원으로 담뱃값 인상을 제안해 논란을 예고했다. 재정경제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환경분야〓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3당이 모두 수질개선을 중점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나라당은 4대 강 상수원 수질을 1급수 또는 2급수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상수원 개발과 하수처리율 제고를 약속했다. 자민련도 오염총량관리제와 수변구역제 등 수질관리체계의 개선을 주장했으나 3당 모두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난(亂)개발사업의 억제와 중지, 지방환경세 신설, 교통세와 주행세의 에너지세 전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역경제 및 산업육성분야〓한나라당은 농림분야 투자를 국가 전체예산 증가 수준(98∼2002년 중 49% 증가)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으로 다른 예산항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은 부산 신발산업 관련 20개 사업과 대구 밀라노프로젝트 관련 17개 사업, 광주 광산업 관련 17개 사업을 2003년까지 끝내겠다고 밝히는 등 현 정부의 주요 지역공약을 그대로 내놨다.
자민련은 소상공인 창업자금의 대출기간과 대출한도를 늘리고 농업투자사업의 정책금리를 현행 5%에서 3%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여성분야〓한나라당은 여성 고용을 확대하고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민주당은 신규채용 승진 보직발령 등 고용의 모든 단계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역시 구체적 목표치나 수단을 제시하지 않았다.
자민련은 개방형 공직임용시 여성할당제를 정착시키고 여성 군복무자에게도 취업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민주노동당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의 고용 승진에 있어 3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겠다는 공약을 각각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