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통신경협 큰 걸음 내디뎠다

  • 입력 2002년 6월 10일 18시 08분


우리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휴대전화사업을 북한에서도 추진키로 남북한이 합의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첫발에 불과하지만 남과 북이 장차 동일한 통신방식을 갖게 되면 이질성 극복과 다른 분야의 교류협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와 통신업체 관계자들은 4일부터 4박5일간 평양을 방문해 사상 처음 가진 남북 통신회담에서 휴대전화사업 등 협력사업을 북한에 제안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남북한은 KT와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시스콤 등 남측 기업과 북측의 조선체신회사가 함께 공동컨소시엄을 구성해 평양과 남포지역에서 휴대전화사업을 추진하자는 남측 제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다.

이 사업이 성사되어 북한에서 남한으로 직접 휴대전화를 걸 수 있게 되고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국제전화를 거는 일도 한결 수월해지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취약한 통신시설이 개선되면 북한의 외국자본 유치도 활발해지고 남북경제협력도 더 활성화될 것이다.

북한의 휴대전화사업이 어떻게 추진될지는 속단할 수는 없다. 1개월 안에 평양이나 베이징에서 열릴 2차협의를 앞두고 북한이 실무검토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이번 사업이 한두 번의 협의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난관이 예상된다. CDMA장비처럼 미국 기술이 10% 이상 포함되어 있는 장비를 수출할 경우 미국과 협의하게 되어 있는 미국법도 당장은 걸림돌이다. 북한이 남한의 통신방식을 채택하는 데도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가 제한적이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한걸음씩 차질없이 추진해나가면 평양과 남포지역의 1차사업에 이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통신협력은 다른 경제협력과는 달리 남북관계의 진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의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신중하게 추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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