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군산 신풍초등학교에서 열린 시장 후보 합동유세현장. 이날 현장에서 기자와 우연히 만나게 된 노점상 유씨는 느닷없이 ‘기자양반, 왜 국민이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는 줄 아슈?’ 하고 비교적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답변을 못한 채 망설이자, 그는 입에 물었던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정치 불신에 대한 자기방식의 장황한 설명을 이어갔다. “나야 유세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처지이지만 알 것은 아는 사람이요, 왜 국민들이 월드컵을 좋아하는지 아오,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우리 정치는 어디 그렇습니까, 생각해보쇼”
정치에 무지(?)할 것으로만 보였던 그였지만 나름대로 ‘정치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갖자마자, 군산시장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외자유치 실적’ 과 ‘재판 진행’ 등을 둘러싸고, 상호 헐뜯는 수준을 넘어 원색적 표현마저 써가는 등 상대후보를 깎아 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그의 말처럼 우리정치의 현주소인 셈이다.
많은 비가 쏟아지던 지난 10일 오후, 경장동 네거리 주변. 시장에 출마한 모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비옷을 입은 채 지나가는 차량 등을 상대로 절도(90도 가량) 있는 인사를 반복하고 있다. 이 광경을 바라 본 택시기사 박모씨(36)는 “관심도 없는 지방선거에 애들 쓰누만, 손님들 대부분이 농담삼아 그러더라구요, 선거판에서 볼 것이라곤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뿐이라고 말이죠”
선거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군산시장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정치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보다는 비방전으로 얼룩진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40대 가정주부는 “아마 출마한 후보들이 자기네끼리 싸운 뒤 승리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져주는 어리석은 유권자라고 생각하는갑죠”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대부분은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데 입장을 같이 한다. 이 때문일까?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사상 최악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오고 있다. 월드컵 대회 등 굵직굵직한 국제적인 행사의 탓도 있지만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는 선거판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얼굴을 알리기에 정신없다.
[새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