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온 이 지역의 민심은 복잡하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로 허탈감에 빠져 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이외의 대안을 찾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 유권자 중 ‘후보를 결정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29.6%에 불과하고,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70.4%에 이르렀다. 서울보다도 부동층이 많다. 이들은 후보 선택에 있어서 당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제시 신풍동의 이모씨(37·주부)는 “10여년째 같은 후보들끼리 대결이 계속돼 도무지 투표를 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전주시 태평동의 김모씨(45·상업)는 “민주당을 찍지 않으려 해도 달리 찍을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광주 전남지역도 비슷하다. 민주당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만만찮은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남의 한 40대 유권자는 “무소속 후보들을 완전한 ‘반(反) 민주당’ 세력으로 보는 사람도 적다”고 말했고, 광주의 한 30대 유권자는 “인물을 보고 뽑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