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기류/수도권]“후보 잘몰라” 54%나

  • 입력 2002년 6월 11일 18시 57분


《6·13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온통 월드컵 축구대회에 쏠려있는 듯하다. 하지만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고 충청권에서는 표밭을 사수하려는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기세 싸움이 치열하다. 호남과 영남권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이 어느 정도 선전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의 표밭 기류를 권역별로 점검해본다.<특별취재팀>》

▼수도권▼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수도권을 꼽고 있지만 이 지역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심각하다.

각 당과 중앙선관위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60%대에 이르고 있다. 부동층 유권자들은 ‘찍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어서’ ‘누가 출마했는지 몰라서’ 등의 사유를 밝히고 있다.

▼관련기사▼

- 충청/"그래도JP""새바람" 팽팽
- 강원-제주/지연-혈연 얽혀 “아예 얘기말자”
- 영남/울산 지역구-직업별로 성향 갈려
- 호남/"민주 말고 대안 있나" 선택 고심

특히 서울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32.3%,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유권자가 30.9%에 불과해(최근 중앙선관위 조사) 다른 시 도보다 무관심층과 부동층이 많다. 투표하지 않겠다는 이유나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사유도 다른 지역과 달리 ‘정치에 무관심해서’(48.6%)와 ‘후보자들에 대해 잘 몰라서’(54.1%)가 압도적으로 많다.

마포구 염리동에 사는 회사원 신모씨(36)는 “월드컵 탓도 있겠지만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뿌리깊은 것 같다”며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토론이 벌어지면 시장이 누가 되든, 구청장이 누가 되든 달라질 게 뭐가 있느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마포구에서 출마한 한 시의원 후보는 “과거에는 선거 막판이 되면 표의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표심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라며 “만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해도 보는 둥 마는 둥 한다”고 말했다.

인천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시장선거요?글쎄요. 자기들끼리는 열심히 싸우던데 그러든지 말든지….”

11일 아침 남구 용현시장에서 가게 문을 열고 있던 박모씨(39)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장을 보러 나온 한 주부는 “전문경영인이네 최고경영자(CEO)네 하는 사람들이 무슨 의혹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거들었다.

중구 송월동에 사는 손모씨(45)는 “집에 배달된 선거공보물을 보고서야 시장 선거에 5명이 출마했다는 걸 알았다”며 “시시비비도 명확하지 않은 상호 비방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인데 무슨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이번 선거가 월드컵 열기에 가려진 마당에 각 정당의 중앙당까지 가세해 상대후보 흠집내기식 비방전을 벌이는 바람에 유권자들의 정치혐오증만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다르지 않다.

일산에 사는 주부 이모씨(31)는 “지사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후보나 민주당 진념(陳稔) 후보 모두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며 “각 당 지도부가 나서 마치 대통령선거 전초전처럼 몰아가는 것도 보기 싫다”고 말했다.

선거에 관심이 있는 유권자들도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에 대해선 상당히 고심하는 분위기이다.

경기도청의 한 공무원은 “경기도의 특성상 지역간의 발전 격차가 심하고 개발과 보호 논리가 맞서는 등 지역 현안이 복잡해 경력과 스타일이 다른 두 후보를 놓고 선택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연천군의 한 주민은 “연천군과 파주시, 포천군 등 경기 북부지역은 개발 낙후로 매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경제부총리 출신인 진 후보가 지역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분당의 한 주부는 “신도시 지역 주부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녀 교육문제”라면서 “환경 교육 교통 등 민생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손 후보의 공약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