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바뀌어 214명 타지역후보에 투표

경기 성남시 분당지역 4개 투표소에 선거구가 다른 광역의원 투표용지가 뒤바뀌어 교부되는 바람에 일부 유권자들이 다른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13일 성남시 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경 분당구 이매1동 제3투표소(안말초등학교)에서 투표용지를 교부하던 중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기재된 후보 이름이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해 확인한 결과 제5선거구 이매1동 제2, 3투표소 도의원 투표용지 2000장이 제8선거구 분당동 제2, 3투표소와 뒤바뀌어 교부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뒤바뀐 투표용지 중 분당동 제3투표소에 교부된 123장과 이매1동 제3투표소에 교부된 91장 등 모두 214장은 이미 유권자에게 교부돼 투표가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이 사실을 확인한 직후 경찰관 입회하에 잘못 교부된 투표용지 중 미투표분 1786장을 회수해 해당 투표구에 재교부한 뒤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선관위측은 이미 투표가 이뤄진 214장에 대해서는 무효처리하기로 잠정결정하고 이날 오후 선관위원들을 소집, 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선관위는 이번 사고가 투표용지 교부과정에서 관계 공무원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이에 따라 개표결과 해당 광역의원선거에서 1, 2위 득표차가 214표 이내로 나올 경우 낙선 후보의 이의 제기나 법적 대응이 뒤따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관위측은 "인쇄소 납품 포장과정에서 뒤바뀐 투표용지 뭉치가 선관위 자체 분류 검토작업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채 교부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선거 관계자들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선거관리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최일선 선거업무 담당 기관인 동사무소의 기능전환에 따른 인력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유권자들이 관내 선거구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조차 확인하지 않고 투표를 하는 등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 점도 이번 사고를 통해 확인됐다.

투표용지 교부는 해당 시군구선관위가 각 동사무소 선거담당 공무원에게 교부하고 선거담당 공무원은 각 투표구 종사자에게 재교부하며 투표 당일 투표구 관리위원들이 입회한 상태에서 최종 확인하도록 돼 있다.

<성남=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