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은 물론 구청장 군수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70% 이상의 지역을 휩쓸었다. 특히 서울시내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20개 안팎을 휩쓴 것은 한나라당이 95년 지방선거 때 2곳, 98년 지방선거 때 5곳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서울시장선거에서의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한 결정적 요인은 각종 게이트 정국으로 인한 민심이반으로 부동층이 외면한 데다, 수도권 표심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던 충청권 유권자들마저 DJP공조 와해와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민주당 경선 중도하차를 계기로 민주당에서 이탈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충청권을 대변해 온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20% 남짓한 충청권 부동층이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게 쏠렸다”며 “이런 현상이 수도권은 물론 충청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이 같은 수도권의 판도변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수도권의 ‘표심(票心)’은 상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의 수도권 압승은 96년 15대 총선 이후 6년만의 일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은 ‘개혁바람’을 앞세워 96년 4·11 총선에서 사상 처음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를 의석 수에서 앞질렀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97년 12월 대선과 김대중 정권 출범 초기 실시된 98년 지방선거에서는 DJP연합의 위력에 힘입어 한나라당을 다시 앞섰고, DJP공조가 깨진 재작년 4·13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득표율이나 의석수에서 서울과 경기에서 선두자리를 지켰다.
이 같은 수도권 표심의 변화는 수도권 유권자들이 누구든 승리에 안주하는 것을 허락지 않아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역대 선거 주요정당 득표율 (단위:%, 괄호 안은 총선 의석 수) | ||||||||
96년 15대 총선 | 97년 대선 | 98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기준) | 2000년 16대 총선 | |||||
신한국당 | 국민회의 | 한나라당 (이회창) | 국민회의 (김대중) | 한나라당 | 국민회의 +자민련 | 한나라당 | 민주당 | |
서울 | 36.5(27) | 35.2(18) | 40.9 | 44.9 | 44.0 | 53.5 | 43.3(17) | 45.0(28) |
경기 | 33.2(18) | 27.4(10) | 35.5 | 39.3 | 45.7 | 54.3 | 39.1(18) | 40.9(22) |
인천 | 38.2(9) | 29.5(2) | 36.4 | 38.5 | 34.0 | 53.5 | 41.7(5) | 40.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