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입 정당투표제 분석]'당 지지' 한나라 52-민주 29%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31분


6·13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투표(정당투표)는 대선을 앞둔 여야 정당과 대선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성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해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비례대표 광역의원 선거에 한해 실시된 이날 정당투표 결과 14일 오전 1시 현재 한나라당은 전국적으로 52.4%를 득표해 29.5%를 얻은 민주당을 22.9%포인트나 앞섰다. 서울에서는 한나라당이 52.9%를 얻어 36.4%를 얻은 민주당을 앞섰다.

자민련은 2.5%로 민주노동당의 5.9%보다도 적었다. 98년 6·4 지방선거 당시 지역구 광역의원의 득표수를 기준으로 산출했던 득표율(한나라당 41.8%, 민주당 50.3%, 자민련 5.0%)과 비교하면 서울의 여야 지지가 뒤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의 경우 한나라당은 72.5%로 98년 당시 지역구 득표율(60.6%)보다 늘었지만, 민주당도 14.0%를 얻어 98년의 7.8%에 비해 2배 가까이 득표율을 높였다.

반대로 광주에서는 한나라당이 9.6%를 얻어 98년의 지역구 득표율(6.6%)에 비해 증가한 반면 민주당은 70.2%를 얻어 98년 지역구 득표율(84.1%)에 비해 14%포인트 가까운 감소세를 나타냈다.

극심한 지역주의 투표성향을 보인 지역구 광역의원 선거와는 비교적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를 들어 광역선거 정당투표제가 지역주의 극복과 정당정치 정착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앙대 장훈(張勳·정치학) 교수는 “인물투표는 특정 지역의 지역정서와 연고 등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이 있지만, 정당투표에서는 정당의 정책과 노선 등 또 다른 기준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균형심리가 발동된 결과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을 비롯, 다른 지역에서도 후보와 정당간 선택을 달리했다는 유권자들은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회사원 차모씨(34·서울 송파구 송파2동)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인물로 볼 때 민주당 김민석 후보에게 호감이 끌려 그를 찍었으나 광역의원 정당투표에서는 한나라당의 ‘부패정권 심판’ 주장이 마음에 들어 한나라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정당투표는 또한 지역구 선거에서 좀처럼 당선자를 내기 힘들었던 군소정당들에도 지방의회 진출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13일 자정 현재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15%, 13%의 지지율을 획득해 7∼9%에 그친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훨씬 앞섰다. 울산에서는 한나라당에는 뒤졌지만 민주당 지지율의 3배에 가까운 21%선의 지지율을 얻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서울에서 6%에 이르는 정당투표 득표율을 기준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게 돼 처음으로 서울시의회에 한 석을 확보, ‘원내정당’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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