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심상찮은 행보]민주 反盧세력, 창당까지 가나

  • 입력 2002년 6월 18일 18시 50분


盧후보-안보특위 위원 오찬(사진:박경모기자)
盧후보-안보특위 위원 오찬(사진:박경모기자)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을 둘러싼 민주당 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비주류 세력이 제3세력이나 자민련 등과 연대를 통해 ‘중부권 신당’ 창당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주류 측이 1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재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반노(反盧)’ 세력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송영진(宋榮珍) 송석찬(宋錫贊) 홍재형(洪在馨) 박병석(朴炳錫)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은 17일 회동을 갖고 “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백지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는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영입 문제까지 거론하며 신당 창당을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홍 의원과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당 창당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주류 측이 노 후보 재신임을 의결함으로써 충청권 의원 등 비주류 측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것은 분명하다.

재신임 의결에 대해 송석찬 의원은 “스스로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다니…”라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비주류 측의 한 당직자는 “월드컵 이후 7월 초쯤 뭔가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신당 창당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을 전망했다.

신당 창당 논의의 중심에 서있는 이인제(李仁濟) 의원도 16일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라운딩을 한 데 이어 이날 자민련의 한 중진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정계 개편에 대비한 잠행(潛行)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중부권 신당 창당이 현실화되기에는 적지 않은 고비가 예상된다.

우선 정몽준 의원이나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신당 창당 움직임에 동조할지가 현재로선 미지수여서 자칫 충청권 몇몇 의원과 자민련이 합치는 ‘충청권 신당’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주류 측의 설훈(薛勳) 의원 등이 ‘노 후보-이인제 대표’ 카드를 내건 것도 신당 창당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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