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코 유회장 꼭 초대해야했나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오찬에 초청한 주요기업인 가운데 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이 포함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유 회장은 김 대통령 3남 홍걸(弘傑)씨 비리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의 결정에 이해가 가는 면이 없지는 않다. 이날 오찬은 월드컵에 기여한 10대 그룹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앞으로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포스코는 재계순위로 당연한 초청대상인 데다 이번 월드컵의 공식후원사로 650명의 외국경제인을 초청했고 입장권판매에도 기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 회장만 초청에서 제외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오히려 ‘다른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주장이다. 포스코로서도 대통령과의 독대(獨對)가 아니고 여러 기업인이 함께 만나는 자리인 데다 청와대 초청에 응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수사대상 기업인, 그것도 ‘아들비리’에 연관된 인물과 만난 것은 부적절하고 그만큼 오해를 받을 소지도 크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유 회장은 홍걸씨는 물론 최규선(崔圭善) 김희완(金熙完)씨 등 이른바 ‘최규선게이트’ 관련인물들과 접촉을 가진 데다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주식 고가매입의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검찰 안에서도 조사결과 배임혐의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이 그런 혐의를 받고 있는 유 회장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자칫 검찰수사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결정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하겠다.

그동안 일각에서 유 회장을 청와대 오찬에 포함시키는 게 옳지 않다며 철회를 요구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청와대나 포스코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다면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아들문제에 대한 민심의 흐름을 아직도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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