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들 막판 '봐주기 인사'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31분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가 최근 퇴임을 앞두고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퇴임을 앞둔 단체장들이 앞다퉈 ‘막판 봐주기식’ 인사를 단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30일 임기가 끝나는 단체장들의 이 같은 선심성 인사 때문에 후임자와 전임자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고 공무원직장협의회나 노조 등이 반발하는 등 공직사회가 6·13 지방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10일 전국의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에 지침을 보내 불필요한 인사는 지양하고 인사문제와 관련해 퇴임자와 당선자간에 마찰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으나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재유(高在維) 광주시장은 18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자신과 동향이거나 친분관계가 있는 기술직(토목직) 공무원 2명을 4급과 5급으로 승진시켰다.

고 시장은 또 차기 광주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민주당 시장 후보 경선 때 자신을 도와준 시의원을 임명하려다 박광태(朴光泰) 당선자 측이 반발하자 임명을 보류하기도 했다.

류상철(柳相哲) 전남 고흥군수는 재임 중 가장 큰 규모인 승진 56명을 포함한 117명에 대한 인사를 17일 단행해 후임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진종근(陳宗根) 당선자 측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차후 업무 인수에 큰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공개 비난했다.

나기정(羅基正) 충북 청주시장은 시 산하 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근무하다 선거 직전 사표를 낸 뒤 선거캠프에서 참모 역할을 한 인사를 원대 복귀시키겠다고 밝혀 특혜 시비를 낳고 있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준 공무원 신분의 재단 관계자를 자신의 선거에 동원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는데 퇴임 직전에 원대 복귀시키려는 것은 특혜 인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울산시는 심완구(沈完求) 시장의 퇴임을 앞두고 서기관급(시설 또는 공업직 4급)이 소장을 맡는 정수사업소를 신설하고 녹지공원과에 공원조성담당(임업 사무관)을 신설키로 했다.

이에 대해 시 공무원들은 월드컵 이전까지 추진 중이던 공원 조성이 모두 끝났고 당분간 도심공원 조성계획이 없는데 공원조성담당을 신설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정(申丁) 경북 울진군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5월 말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5∼7급 34명을 전보하는 인사를 단행해 군 직장공무원협의회로부터 “퇴임을 앞두고 무분별하고 원칙 없는 인사를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전남지역본부는 19일 성명을 내고 “일부 시 군 단체장들이 민선 2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인사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잘못된 인사에 대해서는 경위와 과정을 추적해 과실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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