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추기경 “하느님을 믿느냐” 盧후보 “희미하게 믿는다”

  • 입력 2002년 6월 20일 22시 30분


“국민에게 봉사하는 경쟁을 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싸우는 모습만 보여서 면목이 없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으로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을 방문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먼저 자성의 얘기를 했다.

김 추기경은 노 후보의 말을 받아 “너무 싸워서 국민이 어지러워한다”고 ‘쓴소리’를 한 뒤 “노 후보는 그동안 어려운 사람 편에서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줘왔다. 고통 받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라”고 주문했다.

이어 김 추기경은 노 후보가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충고를 구하자 “이번 지방선거로 민주당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40분간 계속된 이날 면담에서는 신앙문제도 주된 화제가 됐다.

노 후보는 “86년 부산에서 송기인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아 ‘유스토’라는 세례명도 얻었지만 열심히 신앙생활도 못하고 성당도 못 나가 프로필 쓸 때 종교란에 무교로 쓴다”고 고백했다.

이에 추기경이 “하느님을 믿느냐”고 묻자 노 후보는 고개를 떨군 채 “희미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추기경이 “어려울 때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라”고 말하자 노 후보는 “앞으로는 프로필 종교란에 ‘방황’이라고 쓰겠다”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노 후보의 김 추기경 방문에는 김덕규(金德圭) 의원과 정동채(鄭東采) 대통령후보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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