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대표 고민의 나날…당내서 사퇴요구 거듭 제기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54분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4월 28일 전당대회에서 최다득표로 당권을 잡았지만 사사건건 비주류의 반대에 부닥쳐 분명한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당 대표로서 첫 시험대인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지도력 부재란 당내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당무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지도부의 재신임안이 추인되긴 했지만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혼란은 비주류 측의 거듭된 지도부 사퇴 요구로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범구(鄭範九) 대변인, 임종석(任鍾晳) 대표비서실장 등 핵심측근들 조차 한 대표에게 사퇴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당권파를 떠받치고 있는 일부 쇄신파 의원들마저 지도부 사퇴요구에 가세하고 있어 한 대표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쇄신파와 일부 중도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이 노 후보 중심의 대선체제로 조속히 전환하는 데 한 대표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비록 노 후보가 “8·8 재·보선 이후 본격 대선체제로 전환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한 대표가 사퇴 결단을 내렸다면 조기에 선대위를 구성해 자연스럽게 노 후보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 대표는 당 쇄신발전특위 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절연(絶緣) 작업을 주도해야 할 위치에 서게 됐다.

이런 사면초가의 상황 탓인지 한 대표는 20일 일부 측근에게 “나는 마음을 비웠다. 당을 위해선 어떤 결단도 내릴 각오가 돼있다”고 비장한 심경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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