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2일 “부정부패에 대한 확고한 근절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주 중 당내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부패청산 프로그램을 확정한 뒤 대외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부패청산 프로그램에는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신설해 상시적인 비리 감시체계를 갖추고, 대통령 친인척의 경우 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비리사건에 연루된 인사에 대해서는 각종 공직선거 공천에서 배제토록 당헌 당규를 개정하고,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국회 회기 중이라도 수사기관이 국회 동의절차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내 쇄신파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탈당과 아태재단의 사회 환원, ‘진승현 게이트’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김방림(金芳林) 의원의 자진 출두 등의 조치에 대해선 여전히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어 발표 내용에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24일 당내 정치부패근절대책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동교동계 구파를 중심으로 “신(新)연좌제나 마찬가지인 그런 조치가 취해진다면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거세다. 한화갑 대표도 21일 “개인 문제를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런 탓에 한 대표 측과 부패청산 프로그램 제시에 적극적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측 간에 미묘한 갈등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당이 앞장서서 과감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는 노 후보측과 달리 한 대표측은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노 후보측은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부패청산 프로그램은 ‘탈(脫) DJ’ 전략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천정배(千正培) 대통령후보 정무특보는 “차별화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의도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므로 부패 척결과는 다른 문제이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