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3명(어린이 2명 포함)과 여자 11명(어린이 1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이날 인천공항 9번 게이트에서 내린 뒤 처음엔 한국에 도착한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으나 곧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기뻐했다.
탈북자들은 비교적 깔끔한 복장과 단정한 머리 모양을 했으며 일부 여성들은 영국제 명품인 ‘버버리’ 가방을 소지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있는 등 지금까지의 탈북자들과는 달리 세련된 모습이었다.
일행 가운데 두 번째 연장자라고 밝힌 조모씨(55·여)는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 가족이 모두 소원하던 한국에 오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한다”고 밝혔다.
임신 9개월인 최모씨(27)는 왼손에 든 손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닦으며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게 돼 너무 기쁘다. 소망이 이뤄진 만큼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기뻐했다.
또 중국 공안에 강제 연행됐던 원씨는 “공안들이 발로 차고 마구 때려 어깨, 허리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조사를 받으면서 ‘98년부터 지금까지 2번이나 붙잡혀 북한에 끌려갔다. 이번에 끌려가면 죽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고 말했다.
1997년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에 머물렀다는 고모군(15)은 “대사관에서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것을 보았다. 한국 축구팀이 정말 잘 차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 인민중학교 출신으로 8일 캐나다대사관에 진입했던 김명철(16), 김철군(17)은 이날 오전 6시10분 싱가포르발 대한항공 642편을 통해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이들은 “기쁩니다. 매우 좋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힌 뒤 “한국의 월드컵 축구 4강 진출 장면을 TV로 보았다”고 말했다. 이날 입국한 탈북자 26명은 정부 보호시설로 옮겨져 정밀 건강진단을 받은 뒤 정부 부처 합동신문을 받게 되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경기 안성시의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