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의 전직 간부인 권모씨가 이달 중순 한 월간지 기고문을 통해 노사모의 정치단체화를 우려하며 대표일꾼(회장)인 영화배우 명계남(明桂男)씨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발단이었다. 명씨는 6·13 지방선거 기간 중 노 후보가 참석하는 민주당후보 추대대회나 정당연설회의 사회를 맡는 등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했다.
권씨는 기고문에서 “노사모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이지 노무현 후보가 속한 정당을 지지하는 모임이 아닌데 지방선거에서 그 원칙이 조금 흐트러졌다”며 “유명인사를 내세워 양적 팽창을 자랑하고 요란한 구호를 외치는 노사모가 아니라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는 노사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주부 회원 김모씨(46)가 명씨에게 도전해 제4대 대표일꾼에 출마하면서 파장이 더 확산됐다. 김씨는 출마의 변을 통해 “지난 민주당 경선 때처럼 대선에서도 노사모가 열정적으로 나선다면 우리를 보는 외부 유권자의 시선이 절대 곱지 않을 것이다”며 “‘정치인 사조직’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노사모는 몸을 사리고 낮춰야 할 때이다”고 주장했다.
이후 노사모 게시판은 진로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치열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명씨는 21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이름이 알려진 나보다 평범한 생활인이 노사모의 대표가 되는 것이 더 좋겠다”며 김씨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명씨는 또 “권씨의 글이 진위 여부를 떠나 노 후보의 반대세력이나 노사모를 음해하는 세력에 호재를 제공한 것이다”며 “노 후보가 민주당 안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만큼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노 후보를 사랑하고 돕자”고 말했다. 명씨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자들이 사퇴 반대와 선거(26∼28일) 연기 등을 주장하고 나서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노 후보 비서실의 핵심관계자는 “순수한 팬클럽 내부의 일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며 “이번 논쟁이 새로운 정치문화를 탄생시킨 노사모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