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후보영입 '풍요속 빈곤'

  • 입력 2002년 6월 25일 18시 15분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8·8 재·보선을 앞두고 각 당 지도부와 대통령후보 측이 새 인물을 발굴하기 위한 영입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막상 ‘빅 카드’로 꼽히는 영입대상자의 상당수는 정치권 진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각 당 지도부는 애를 먹고 있다.》

▽한나라당〓개혁성과 참신성을 두루 갖춘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외부 인사 영입작업은 현재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직접 나서서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 쪽 공천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 1, 2곳에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 인사를 공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물은 없는 상태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대상은 ‘대전 법조비리 파동’ 때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던 심재륜(沈在淪) 전 대구고검장과 ‘이용호 게이트’ 재수사를 맡았던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 등. 부패비리 청산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십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거론된 당사자들은 “관심없다”는 반응이다.

심 전 고검장은 “그쪽(한나라당)과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이며 개인적으로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차 특검도 “아직은 그런 제의가 없다. 현재로선 정치할 생각도 없고, 법적으로도 특검 조사 내용의 대법원 판결 전까지 특별검사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신분상 제약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일각에선 2000년 총선 공천 파동시 이 후보와 결별했던 이기택(李基澤) 전 의원을 다시 영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이 후보 측의 반응은 아직 냉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물론 김근태(金槿泰) 재·보선특별대책기구 위원장 등 지도부가 총동원돼 영입작업에 나서고 있다. 최소한 수도권의 2개 선거구에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외부 인사를 공천해야만 전체 선거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측 판단이다. 하지만 역시 별 진척이 없는 상태다.

당 안팎에서는 시민운동가인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환경운동가 최열(崔冽)씨,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정우(李政祐) 변호사, 영화배우 문성근(文盛瑾)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 차원의 거론인 경우가 많은 데다 당사자들도 부정적이다.

박 변호사는 “출마할 뜻이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며 민주당 쪽에서 어떤 제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문성근씨의 경우 노 후보 측은 “본인이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직접 재·보선에 나서기보다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노 후보 측은 일찌감치 노 후보의 고교 선배인 이기택 전 의원의 영입에도 공을 들여왔으나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는 이 전 의원 측과 연락이 끊어졌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영입작업이 지지부진하자 민주당은 김근태 특별기구 위원장의 주도로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의 인접 지구당 위원장들과 연쇄 모임을 갖고 개혁성과 도덕성 참신성의 3가지 원칙 아래 전체적으로 ‘클린 이미지’를 갖는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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