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후보는 이날 “국가권력 분권 차원에서 경찰 분권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민주당은 “노 후보의 말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은 4·19 직후부터 ‘경찰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경찰의 힘이 막강했던 5공화국 시절을 거쳐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경찰의 최대 숙원이다.
경찰 수사권 독립은 형사소송법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수사권 독립의 수준에 따라서는 개헌까지 필요한 사안이어서 대통령의 의지가 있어도 실현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가장 최근에 경찰 수사권 독립이 공론화한 것은 현 정권 출범 이후인 1999년으로 당시 경찰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필수적”이라며 수사권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 공소 유지, 형벌 집행은 일관된 행위인 만큼 공소 유지와 형벌 집행에 책임을 지는 검찰이 수사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며 한달 이상 대립했고 양 기관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는 것을 우려한 청와대의 지시로 논의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권 독립은 누구도 거론하기를 꺼리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까닭에 경찰 내부에서는 노 후보의 발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경찰 간부는 “기동단을 떠나면서 불쑥 한 말이어서 선거를 앞두고 경찰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찰 수사권 독립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대통령 후보로서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한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자치경찰제 도입마저 실패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수사권 독립은 민감한 문제”라며 “각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현 정부 출범 직후에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쉽게 이뤄지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