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5월에 열릴 예정이던 남북경협추진위가 북한 측의 일방적인 불참으로 무산된 지 한 달이 안 돼 이번 사태가 발생해 경협을 위한 대화가 단기간 내에 다시 시작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경협 늦어질 듯〓남북경협 대화는 2000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6·15선언으로 물꼬가 트였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발언, 지난해 미국의 9·11테러 등의 영향으로 2년여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올 4월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평양방문으로 재개될 예정이던 지난달 11일의 남북경협추진위도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 발언, 금강산댐 붕괴에 대한 남측의 반응을 북한 측이 문제삼으며 개최 직전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5월 중 제주도민 253명과 박근혜(朴槿惠) 의원이 방북하고 이 달 들어 정보통신부 당국자가 포함된 통신업계 대표단이 방북해 북측과 휴대전화 서비스사업을 협의하고 돌아오는 등 최근에는 북한의 강경 태도가 다소 누그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통일부 등을 통해 경협대화의 물밑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월드컵이 끝난 뒤 경협대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다”면서 “사태의 진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쌀 30만t의 대북지원 등도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남북경협의 현안으로 남아있는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수해방지 공동대책 마련 △경의선 등 남북한 철도, 도로연결 등의 협의도 당분간 재개되기 힘들 전망이다.
▽경기회복 기조에 걸림돌 우려〓재정경제부 등 경제당국은 이번 사태가 수출과 투자로 번져가고 있는 경기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다음주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주관으로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국경제설명회 등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재경부의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사태가 주가 등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경제회복 기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월드컵을 통해 해외에서 높아진 한국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충돌만 없다면 단기 악재로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면서 소폭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그러나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 본부장도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교전은 증시에 단기적으로만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에는 증시가 열리기 전 이틀의 공휴일이 있고 이 기간 중 당국의 조치가 이뤄져 불안감이 해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