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열(柳浩烈)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해군사령부 차원의 도발로 보기에는 너무 파장이 큰 사건이다. 북한의 최고위층에서 다양한 목적을 위해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아리랑축전 등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남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북-미 대화를 앞두고 미국 측에 대해서는 ‘북한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는 시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 이틀 북측의 태도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측 최고위층이 전향적인 입장을 전달해 오지 않는 한 남북간의 냉각기간이 상당히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북한 지도부가 의도한 도발로는 보기 어렵다. 북한 군부 차원에서 99년 연평해전 패배에 대한 설욕을 준비해오다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군(先軍) 정치를 하고 있는 북한이 먼저 사과를 하고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북간 군사당국자 회담이 열릴 수 있다면 그나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이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우리 사회 안에서 햇볕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다음달로 예정된 북-미대화를 앞두고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북한의 의도된 도발로 보인다. 미국이 제시한 의제인 핵, 미사일, 재래식무기, 인권 등은 모두 북한에 불리한 것들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사태를 통해 정전협정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북-미 대화의 이슈로 삼아 주도권을 잡아나가려 하는 것 같다.
북한은 그동안 체제완화를 위한 전략적 변화를 한 것이 아니라 체제강화를 위한 전술적 변화만을 해왔음을 이번 사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항구(李恒九) 통일연구회 회장〓‘북한은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고 전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계획된 도발로 봐야 한다. 우리 정부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화해협력에 적극적인데 군부 강경세력이 이를 견제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일〓군부’이다. 우리 정부는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의 협조를 얻어 북측에 외교적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