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북한도 묵시적으로 인정해온 사실상의 해상 ‘남북군사경계선’으로 전시나 평시를 막론하고 이를 침범하는 것은 ‘도발 징후’로 간주돼 왔다.
매년 5∼6월 꽃게잡이 철이면 북한 경비정들은 수시로 NLL을 침범했다가 해군 고속정의 대응 출동에 북으로 되돌아가는 ‘술래잡기’를 계속해왔다. 올해에만 침범 횟수가 14차례를 기록했다.
문제는 군 당국이 북한 경비정의 잦은 침범에 대해 ‘중대사태’가 아니라 ‘연례행사’쯤으로 여기면서 긴장의 고삐를 늦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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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는 2주 전쯤 99년 연평해전 이후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크게 줄었으며 대부분 조업 중인 북한 어선 단속을 위한 ‘단순 침범’이라고 발표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번 교전사태로 합참의 정보 분석 및 판단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NLL을 침범하는 북한 경비정에 대한 정확한 식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교전에 참가한 북한 경비정은 최대 사거리가 85㎜포 등으로 중무장한 SO1급 ‘등산곶 경비정’. 해군 관계자는 “NLL 침범의 주범이었던 ‘청진급 경비정’에 비해 위력과 화력 면에서 월등한 북한 경비정이 출현했는데도 대응과정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상황 판단을 그르쳐 반격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함정을 일격에 격침할 수 있는 76㎜ 함포를 장착한 초계함(1200t급)을 교전 지역에 증파했으나 적 함정들이 이미 유효사거리 밖으로 달아나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다 신속히 초계함이 투입됐더라면 전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해군의 부정확한 사격 능력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우리 고속정에 탑재된 20∼40㎜ 기관포는 컴퓨터로 조정돼 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정확히 조준사격을 할 수 있는데도 유효 사거리(1∼3㎞) 내에서 발생한 이번 교전에서 우리 고속정은 수 천발의 총탄과 포탄을 쏘고도 도주하는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못했다.
이 같은 점으로 볼 때 군 수뇌부가 면책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선제공격을 감안해도 아군의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와 적 함정을 그대로 돌려보낸 작전실패의 책임까지 면하기는 힘들다는 게 군 내부의 중론이다.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과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은 29일 오후 국회국방위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