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서해교전 사태 이후의 한반도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평가하기 위해 1일 긴급 대담을 개최했다.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대담에는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과 박영규(朴英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해 의견을 나누었다.
▽송 전 차관=이번 서해교전 사태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계획적 의도적인 선제공격임이 분명합니다. 우선 미국과의 협상을 의식한 측면이 큽니다. 미국은 최근 북-미 대화를 위한 특사를 7월 둘째 주에 북한에 파견하겠다는 통보를 했는데 회담이 열리면 핵, 미사일, 재래식무기, 인권 문제 등을 집중 거론할 예정이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의제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외형적으로는 군사문제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고도의 정치적인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박 위원=저도 다목적적인 도발로 봅니다. 북-미 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 문제 등 새로운 의제를 설정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지요. 결국은 NLL 무효화를 겨냥한 의도로 보입니다. 또 99년 연평해전 패배에 대한 보복 성격도 짙은 것 같습니다.
▽송 전 차관=향후 남북관계는 당국 차원에서는 긴장 국면이 지속되겠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접촉과 교류가 유지되는 두갈 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국민과 야당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한나라당은 금강산 관광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식량지원의 대가가 총·포탄으로 날아왔기 때문에 국민들도 햇볕정책에 실망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박 위원=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돼 남북관계는 냉각기를 맞을 것으로 봅니다. 대선정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햇볕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송 전 차관=대선정국에서 남북문제가 주요쟁점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야 대통령후보들이 가세해 이념논쟁이 촉발될 경우 남-남갈등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냐, 군부의 독자행동이냐 하는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만, 저는 김정일의 지시를 북한 군부가 충실히 이행한 결과라고 봅니다. 수령인 김정일 중심의 절대주의 체제에서 강온파가 존재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정일이 곧 군입니다.
▽박 위원=최고지도자를 우선하는 수령 중심의 구조에서는 김정일의 즉흥적 결정이 가능합니다. 김정일이 대남 대화 요구를 승인했다가도, 다른 쪽에서 대화 유보 주장이 제기되면 이것도 승인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김정일의 승인 아니면 적어도 묵인은 있었을 것입니다.
▽송 전 차관=NLL 처리 문제는 정전협정을 남북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1953년 발효된 정전협정에는 해상분계선에 관한 언급이 없었는 데, 이를 대체할 평화협정에는 해상분계선을 명확하게 정해야 갈등을 막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를 위해 중단된 남북한 미국 중국간의 4자회담을 다시 열어 평화협정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
▽박 연구위원=이 문제의 해결방안은 이미 92년9월17일에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의 '제2장 남북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에서 합의된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NLL 문제는 북한이 이에 기초해 우리와의 협의를 수용하면 정리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송 전 차관=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는 외교적인 대북압박과 경제적인 대북 봉쇄조치 같은 추가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먼저 금강산 관광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관광객의 안전보장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불한 관광 대가가 군사비로 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북한에 도발하면 불이익이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박 위원=군사적 보복 대응은 자제해야 하지만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전규칙은 수정돼야 합니다. 대북 선제공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인도적인 대북지원은 북한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은 향후 북한의 반응을 보아가며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겁니다.
▽송 전 차관=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거나 햇볕정책을 의식하는 정치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교정돼야 합니다. 김 대통령이 99년 지시한 4대수칙 중 하나가 확전금지인 데, 교전상태에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오히려 확전을 각오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때에 유사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박 위원= 북-미 대화는 이미 난항이 예상되고 있었지만 이번 도발로 인해 더욱 풀리지 않을 전망입니다.
▽송 전 차관=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한이 우리 군 당국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99년 연평해전 때에는 미국의 사주라며 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 위원=앞으로도 대북포용정책은 유지돼야 하지만 정책을 추진하는 전략 전술 접근방법은 보완돼야 합니다. 현재 포용정책의 기본 접근방법인, 정치군사 이슈와 경제 이슈를 분리하는 기능주의적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이라는 세 부문의 균형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군사분야에서의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협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송 전 차관=아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분간 남북관계를 중단하고 대북정책을 전면재검토해야 합니다. 북한의 변화는 체제 강화를 위한 전술적 변화일 뿐이란 점을 이번 사태가 확인시켜줬습니다.
정리=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송영대>
△1937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통일원 찬관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대변인
△현 숙명여대 겸임교수
<박영규>
△1947년생
△미국 버펄로 소재 뉴욕주립대 정치학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민족통일연구원 부원장
△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