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월드컵 선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1일 판문점을 통해 공식 전달하고, 2일부터 시작되는 북한 경수로 핵안전규제요원의 남한 내 교육을 예정대로 추진했다. 모두 이례적인 사례다. 또 북한 중앙TV는 1일 저녁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 4위전 경기를 녹화해 중계하기도 했다.
북한은 특히 월드컵대회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기존의 패턴을 파괴했다. 30일 저녁 평양방송을 통해 먼저 축하 메시지를 발표한 뒤 1일 오후 판문점 연락관 전화통지문을 보낸 것은 종전의 연락관 통지→대남방송 패턴을 뒤바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먼저 방송을 통해 남측에 자신들의 ‘순화된’ 입장을 알릴 정도로 이번 서해교전 사태의 파장을 중대하고 다급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는 남북관계가 순항할 때도 보기 힘든 것으로, 서해교전 사태 이후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변화 사회의 초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군부는 군부대로, 대화와 교류 파트는 또 그들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북한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남한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자 이를 재빨리 벗어나기 위한 고도의 ‘발뺌 전술’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연평해전과 서해교전 이후 북한의 반응 비교 | ||
주요 항목 | 연평해전(99.6.15) 이후 | 서해교전(2002.6.29) 이후 |
장성급회담 개최 | 당일(15일) 개최, “정전협정 유린이며 고의적 도발책동”이라고 비난 | 30일, “북방한계선 철회” 요구하며 회담을 사실상 거부 |
대남 비난 | 남측의 사죄요구, 보복 위협 | 남측의 사죄요구 없이, 남한 군부의 계획적 군사도발이라고 주장 |
대남 대화파트쪽 입장 | 조평통 대변인 성명(16일), “남측 인원의 평양방문과 접촉 금지” 주장 | 북한 축구협회, 남한의 월드컵 대회 성과 축하 메시지 전달 |
해군사령부 대변인 입장 | 19일 성명 발표, “영웅적인 북한 함정이 자위조치로 타격해 남측 10여척의 함선이 불에 타거나 대파됐다”고 주장 | 30일 기자회견, “남측 군부의 계획적 도발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 |
경수로 사업 | 특별한 변화 없음 | 핵안전규제요원 25명 예정대로 방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