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지휘체계]'작전실패' 단계적 문책 불가피

  • 입력 2002년 7월 2일 19시 07분



서해교전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교전을 전후한 ‘운명의 1시간’ 동안의 군 최고통수권자를 비롯한 군 지휘체계와 대응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군 당국도 이 같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전 9시54분〓북한 경비정 2척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자 우리 해군의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를 통해 해군과 합참에 거의 동시에 전파됐다. 해군 작전사령관은 평소처럼 고속정 4척을 출동시켜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우리 고속정의 경고방송과 차단기동을 ‘비웃으면서’ 30여분 간이나 유유히 공격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해군과 합참의 판단 잘못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전 10시25분〓북한 경비정의 85㎜ 함포에 우리 고속정 1척이 대파되자 옆에 있던 다른 고속정 1척의 기관포가 적을 향해 불을 뿜었다. 동시에 해군 2전단장은 초계함 등 추가 전력의 이동을 지시했다.

합참도 서산 상공을 초계비행하던 KF16 전투기 2대를 덕적도 상공으로 긴급 출동시키는 한편 F5전투기 3대도 지상에서 즉각 출동 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교전이 끝날 때까지 전투기는 단 한 대도 투입되지 않았다. 10시28분경 덕적도 상공에 도착한 KF16 전투기는 교전이 끝날 때까지 30분동안 인근 상공만 맴돌았다.

합참은 “아군의 해상 전력이 우세해 공중 전력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때는 이미 고속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북한 경비정이 종전과 달리 경화기가 아니라 중화기로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합참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초계함 투입이 지연돼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2전단장과 상관인 2함대사령관까지 문책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오전 10시30분〓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과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이 합참 작전본부장으로부터 교전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후 이들 군 수뇌부는 시시각각 전황을 보고받고 관련 작전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 지휘계통으로 볼 때 퇴각하는 북한 경비정에 대한 추가 공격을 중단한 데 대한 김 장관과 이 의장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오전 10시50분〓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었다. 이때서야 피격 고속정에 대한 최초 피해 보고가 이뤄졌다. 청와대에 교전 상황이 보고된 것도 비슷한 시점이었다. 보고 내용은 “몇 명이 부상당했다”는 수준. 피격 고속정에는 24명의 전사상자가 있었으나, 이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보고됐다.

해군은 피격 고속정과 통신이 두절됐고 다른 고속정들도 교전 중이라 보고가 지연됐다고 해명했지만 이처럼 부정확하고 뒤늦은피해 보고가 군 수뇌부의 판단을 그르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전 10시56분〓북한 경비정이 NLL 북쪽으로 사라지자 2함대사령관은 우리 함정들의 사격을 중지시켰다.

합참은 “전투 중 사격중지 명령은 현장 지휘관의 권한이다”고 밝혔지만 합참의 발표와 달리 사격 중지 명령이 2함대사령관의 ‘단독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즉 교전상황을 보고받고 있던 이 의장과 김 장관이 결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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