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서해교전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다음 주로 예정된 대북특사 파견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18개월 만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던 북-미 대화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대화 제안에 대한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북한의 답변을 받으면 우리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감안해 모든 사안을 총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태’에 서해교전사태가 포함됨은 물론이다.
미국은 서해교전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27일 북한 측에 대북특사 파견 계획을 전달한 뒤 북한 측의 반응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서해교전사태로 이제는 상황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는 북-미 대화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북한에 대한 대응방안을 검토하려던 우리 정부를 무척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서해교전 이후에도 계속 미국 측에 ‘북-미 대화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미국 측은 정부의 기대에 따라주지 않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해교전사태 이후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대응’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기대에 바탕을 둔 것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측이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긍정적 답변을 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결정을 할지 불확실하다. 서해교전사태로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미간에 대화의 장(場)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남-북-미 3자 관계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2003년으로 예정된 북한의 미사일발사 유예기간 종료와 핵사찰을 둘러싼 갈등 및 긴장을 해소할 현실적인 방안이 없어 남북관계도 경색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미국의 입장이 정해진 것이 아닌 만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설명을 하든지, 아니면 사과를 하든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한국 측의 희망일 뿐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