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올 경우 근접이 불가피한 경고방송과 차단기동을 생략한 채 일단 경고사격부터 하고 그래도 돌아가지 않을 경우 격파사격을 하겠다는 것으로, NLL 작전개념이 방어형에서 공격형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초기 단계 저지〓새로운 작전지침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대해 경고방송을 하지 않고 바로 시위기동에 들어가는 점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북한 경비정이 서해 NLL에 접근하는 것이 레이더를 통해 포착되는 순간 우리 군의 대응은 시작된다. 인근 해역에서 어로지도 중이던 아군 고속정 편대 및 그 남쪽에 위치한 초계함 호위함 등이 한 팀을 이뤄 북한 경비정 쪽으로 이동, 북한 경비정을 상대로 NLL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는 시위기동에 들어간다. 경고방송이 없어짐에 따라 이 같은 시위기동 자체가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
종전에는 이 단계에서 공군이나 육군 등 다른 군은 별다른 대비를 갖추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해군 함정들이 시위기동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서해안 상공에서 초계비행 중이던 전투기가 인근으로 이동하고 중서부 공군기지에선 공대함 미사일 28기씩을 장착한 전투기들이 출격태세를 갖추고 명령을 기다린다. 연평도에서는 해안포가 포신을 적함 쪽으로 돌린다.
안기석(安基石·해군 준장) 합참 작전차장은 “원칙적으로 해상 도발은 해군력으로 저지한다는 방침이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할 징후가 포착되는 단계부터 공군과 지상군 전력이 전투준비에 돌입하는 통합대비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경고사격 및 격파사격〓우리 해군의 시위기동에도 불구하고 북한 함정이 계속해서 NLL을 넘을 경우 아군 함정들은 곧바로 전투배치 상태에 들어간다.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확인된 순간 우리 고속정은 20㎜ 기관포로 북한 경비정 옆을 향해 경고사격을 한다. 북한 경비정이 경고를 받아들여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상황은 종료된다.
그러나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비정이 계속 남하한다면 곧바로 초계함과 호위함의 76㎜포와 40㎜ 포가 일제히 불을 뿜는다.
이 때 북한군이 경비정을 대거 증파하거나 황해도 북측 해안을 따라 배치된 100㎜ 해안포와 76.2㎜ 지상포를 아군 함정들을 향해 발사한다면 즉각 아군 전투기들이 출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군 전투기가 적 함정 공격에 나설 경우 안전을 위해 사전에 북한 해안의 대공포 진지와 대공미사일 기지 등을 제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북한 전투기의 대응 출격도 예상되므로 아군 전투기의 출격은 극히 자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공중 공격 결정은 전면전 상황을 불사하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전투기 투입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교전규칙 수정 전망〓새 작전지침은 99년 6월 연평해전 직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군에 지시한 ‘4대수칙’과 충돌하게 된다. 4대수칙에는 ‘먼저 발포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새 작전지침은 군통수권자의 권위로 교전규칙, 작전예규, 작전지침보다 사실상 우선 적용돼 왔던 4대수칙을 이날짜로 자동 폐기한 셈이다. 이상희(李相憙·육군 중장) 합참 작전본부장은 “4대수칙은 아주 특수한 형태의 해전인 99년 연평해전에 국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합참 작전지침의 상위개념인 유엔군사령부 교전규칙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김동신(金東信) 국방부 장관과 리언 J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은 해상 교전규칙과 작전예규의 수정문제를 논의키로 합의했다. 다만 교전규칙의 수정 보완 작업은 유엔사가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교전규칙이 수정되기도 전에 합참이 서둘러 작전지침을 시달한 것은 북한 경비정이 또 다시 NLL을 침범해 올 경우 일선 장병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상희 본부장은 “이번 작전지침의 내용을 교전규칙과 작전예규의 수정 보완시 반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