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석/남북 공동어로구역 만들자

  • 입력 2002년 7월 2일 19시 18분


평화의 제전인 월드컵의 성공적인 폐막을 앞둔 시점에 우리의 장병들이 조국의 방어선을 지키다 서해에서 젊음을 바쳤다. 세계 냉전이 해체된 지도 벌써 10여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비극적인 대결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비극의 근본원인은 물론 분단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근본원인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해군의 방어형 교전규칙에 문제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당연히 차단기동시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노출되는 점 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북한 경비정에 대해서는 우리 함정이 안전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시위기동을 하되 퇴각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경고사격에 이어 격파사격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작전 지침’을 해군의 모든 작전부대에 시달했다고 밝혔다. 이해할 수 있는 조치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 교전의 일상화로 연결되어 서해 NLL이 상시적 화약고가 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교전규칙의 보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북한 함정의 선제공격 시 일시에 이를 격멸할 수 있는 해군함정 편조의 재편과 전력 증강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추가 국방예산의 편성도 이루어져야 한다.

▼NLL 중심 일정구역 설정▼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교전규칙을 잘 고치고 해군전력을 강화해도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책이 될 수는 없다. 간과해서 안 되는 점은 1999년 연평해전에 이어 동일 해역에서 교전이 재발한 것은 남북한 경계선 중 어느 곳보다도 불안정한 이 해역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휴전협정 가운데 가장 불완전한 부분이 바로 서해5도와 관련한 해상 분계선인 것이다. 유엔군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정전 직후 북방한계선을 설정했지만 북한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바람에 오늘까지도 화근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은 NLL과 관련해 10년 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하며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의 NLL을 기준으로 쌍방의 관리구역이 나누어지도록 합의한 바 있다(불가침 부속합의서 10조). 사실 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할 때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렸으며 그것이 회담을 지체시키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북한은 남측에 기본합의서 초안을 제시하면서 “북과 남의 불가침 경계선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지역(地域)으로 한다”(북한 측 초안 제10조)로 제안했다. 그러나 남측은 지역이라는 말에 해상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될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 그 대신에 포괄적 의미를 지닌 구역(區域)을 주장했고 진통 끝에 이것이 관철되었다. 그 결과 기본합의서 제11조와 부속합의서 제10조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이 합의는 유효하며 현안을 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서해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이에 기초한 남북간의 공동조치가 모색되어야 한다. 북한의 NLL 침범은 정치적 군사적 이유 이상으로 꽃게잡이를 통한 외화벌이라는 경제적 이유를 갖고 있다. 그들의 NLL 침범이 매년 꽃게잡이 철인 6월에 집중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 어선들에 어로가 금지되어 있는 NLL 구역은 천혜의 꽃게 어장이다. 배고픈 그들은 앞으로도 매년 6월이면 위험을 무릅쓰고 NLL구역으로 남하할 것이며 이는 여전히 남북간 교전의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의 해소를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NLL을 중심으로 일정구역을 ‘남북 공동 어로 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수만 있다면 서해에서 군사적 긴장과 교전의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서해충돌 막을 현실적 대책▼

이번 사태를 보고 일부에서는 군의 안보태세 해이를 지적하기도 하나 여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96년 가을 강릉해상에서 좌초한 북한 잠수함 사건 때와는 달리 이번 사태에서 우리 장병들은 NLL 구역에서 남하하는 북한 경비정을 저지하다 교전수칙상의 문제로 치명적인 선제공격을 당하면서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조국을 위해 고귀한 젊음을 내던지며 싸웠고 해군지휘부도 함정들을 즉각 출동시켜 해당 북한 함정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물론 대응 과정에서 전술적 기술적 차원의 미비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향후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군의 자체 점검 차원에서 분석되어야 하지 일부 언론매체나 정치권이 확실치도 않은 사안들을 백가쟁명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안보를 신성시한다면 안보에 관한 문제는 그만큼 사리를 떠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북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