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최고위원은 이날 특위 첫 전체회의 기조발제를 통해 5년 단임 대통령제 폐지를 주장한 뒤 “대선 전 개헌을 검토하고 여의치 않으면 차선책으로 대통령후보의 선거공약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 △의원내각제 개헌 △프랑스형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 등 3가지 개헌안을 대안으로 예시했다.
하지만 대선 전 개헌론을 둘러싼 당내 기류는 복잡하다. 일단 당내 최대 규모 의원모임인 ‘중도개혁포럼(회장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이 개헌 논의에 가세할 태세고, 이인제(李仁濟) 의원도 빠르면 이번주 중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정치권이 합의만 하면 개헌은 2개월이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내 중도파 및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공론화되는 데 대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측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측근은 “개헌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심 대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이뤄지는 데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의 개헌논의에 대해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는 “국회 내에 ‘권력구조 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연말 대선 이전에 결론을 내자”고 동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얼마 전 DJ 친위부대인 중도개혁포럼이 개헌을 들먹이더니 당 공식기구까지 개헌 얘기를 하는 것으로 봐 뭔가 큰 틀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