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갑자기 북-미 대화를 철회했나〓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회신이 오면 북-미 대화와 서해교전 문제를 함께 놓고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부는 이로부터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북-미 대화 추진 불가’를 선언했다.
미국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대해 외교소식통들은 미국의 최고위 정책결정권자가 국무부에 북-미 대화 취소를 급하게 지시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해교전을 계기로 미 행정부 내의 대북정책이 강경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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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교소식통은 “서해교전사태는 북-미 대화 진전상황을 수시로 챙겨왔던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북한정권이 ‘악의 축’이라는 인식을 재확인시켜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미 대화 할 생각이 없나〓미 국무부 측은 북-미 대화 취소의 이유로 북한의 통보 지연과 서해교전을 제시했다. 4일부터 시작되는 독립기념일 휴가로 인해 미 행정부 내의 실무적 협의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미국의 속내는 궁극적으로 북한을 대화상대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이 남북교류를 하면서도 느닷없이 돌변해 서해도발을 일으킨 것을 보고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결정의 바탕엔 ‘햇볕정책’만을 강조하는 현 김대중(金大中) 정부에 대한 불만도 깔려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즉 미국이 김대중 정부의 임기 동안에는 북-미 대화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