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軍수집 정보 분석]"北 치밀한 계획도발 명백"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50분



6·29 서해교전 전후의 북한군 움직임에 관한 각종 첩보와 정황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계획된 도발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7일 조사 결과 발표 때 북측의 도발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일부 공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북한 경비정은 곧바로 내려왔다〓군 당국에 따르면 교전 당일 오전 우리 해군의 전술 지휘통제체제(KNTDS)의 레이더 화면에 북한 경비정들이 기지를 출발해 ‘주저없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것으로 나타나 있다.

군 당국은 당시 조업 지도 등의 ‘월경 사유’가 없는데도 북한 경비정이 곧바로 NLL을 침범한 것은 분명히 의도된 공격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교전 당일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을 당시 북한 어선들은 NLL 훨씬 이북 지역에서 조업 중이었다.

군 관계자는 “그간 수시로 NLL 근방이나 이남 지역까지 넘어왔던 북한 어선들이 6월27일부터 29일까지는 NLL에서 상당히 떨어진 북쪽에서 조업을 해 북한 경비정들이 NLL까지 접근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북한 경비정들이 27일과 28일 NLL을 넘은 것은 도발을 앞둔 사전 답사였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측은 교전 중 ‘역정보’를 흘렸다〓군 정보기관에 따르면 교전 발발 직후 교전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북한 경비정에서 당황한 목소리로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 무선 교신이 우리측에 감청됐다.

이 때문에 군과 정부 일각에서 한때 북한 군부 일각의 ‘우발적 도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군은 각종 첩보와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북한측이 우리측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위한 ‘역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 정보관계자는 “교전 과정에서 연평도를 비롯해 서해안 곳곳에 설치된 통신 감청반에 포착된 북한군의 무선 교신량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우발적 도발이었다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조치를 취하기 위한 북한군 내의 교신량이 폭증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북한 함정들은 교전 중 꼼짝하지 않았다〓군 첩보에 따르면 교전이 거의 종료될 때까지 북한 서해안의 해군기지에서는 별 움직임이 없었다. NLL에서 불과 30여㎞ 떨어진 사곶기지에 배치된 북한 서해안 해군 8전대 소속 유도탄정 미사일정 고속정 등 70여척은 출항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 해군의 전술지휘통제체제의 레이더 화면으로 확인됐다.

만약 예기치 않게 북한 경비정 1척을 상대로 아군 초계함 2척과 고속정 6척이 집중 포격을 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 함정들이 긴급 출동하는 게 당연한 일.

따라서 아군 고속정을 선제공격한 북한 경비정은 애당초 상부로부터 ‘모종의 임무’를 받고 NLL을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측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후속조치를 취했다〓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은 4일 해군 2함대사령부를 방문, KNTDS를 확인한 결과 “29일 오전 10시48분 북한 사곶 기지에 정박중이던 유도탄정의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 레이더의 공격신호가 포착됐고 이어 10시49분엔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이, 10시50분엔 장산곶 부근 해안포의 발사 준비가 관측됐다”고 전했다.

즉 교전이 시작된 지 20분 이상이 지나서야 북한의 지원 태세가 갖춰졌다.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은 것은 10시50분이었고, 상황이 완전 종료된 것은 10시56분이었다.

군 정보관계자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후속대응이 이처럼 늦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북측이 의도적으로 도발을 한 뒤 우리측이 대대적인 반격 움직임을 보이자 뒤늦게 방어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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