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피해보고 지연과 상황판단 착오〓해군 2함대 사령관이 최초 피해보고를 받은 시각은 교전 당일인 29일 오전 10시46분. 이미 교전이 발발한 지 21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보고 내용에서도 ‘중대한 착오’가 발생했다. 당시 피격된 고속정의 피해를 육안으로 확인한 다른 고속정들은 2함대 상황실에 ‘사망자 5명’으로 보고했지만 상황실장은 이를 ‘사상자 5명’으로 잘못 알아듣고 사령관에게 그대로 보고한 것.
이를 토대로 군 수뇌부는 우리 측 피해가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함대사령부는 교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후속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군 관계자는 “전투가 발발하면 상급부대는 분초단위로 전황을 챙겨야 한다”며 “작전을 총 지휘한 2함대사령부는 정확한 피해 보고를 받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작전을 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설사 ‘사상자 5명’으로 보고를 받았다 해도 이를 ‘경미한 피해’로 본 군 수뇌부의 판단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군 정보관계자는 “최소 1명이상 사망했다는 피해보고를 경미한 사안으로 넘긴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전 정보 판단의 허점〓교전 사흘전부터 북한 경비정들은 연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등 ‘사전 답사’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우리 군은 평소와 다름없는 대처로 일관했다는 것이 이번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북한 어선들은 NLL 이북 지역에서 조업중이었지만 군 당국은 “북한 경비정들이 북한 어선들을 관리하기 위해 내려왔으며 특이동향 없이 되돌아갔다”고 발표하는 등 경계의 고삐를 늦췄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전 이전 사흘간 북한 경비정들은 85㎜ 함포의 조준사격 자세를 갖춰 기동하는 등 도발을 예고하는 ‘이상 징후’를 보였지만 군 당국은 “과거에도 수 차례 그런 전례가 있다”며 이를 무시해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군 당국도 “이상 징후들을 감지했지만 기습공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교전 이후 정보 분석 과정에서 이런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사격 중지 명령 왜 했나〓교전 당일 오전 10시52분 우리 초계함이 도주하는 북한경비정을 거의 유효사거리(8.4㎞)까지 추격하고도 4분 뒤인 10시56분 상부 지시에 따라 사격을 중단했다.
2함대 사령부는 교전결과 아군의 피해는 경미한 반면 북한경비정은 치명타를 입은 것으로 판단, 굳이 NLL을 넘어 도주하는 적 함정들을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2함대 측은 또 “오전 10시48분 우리 초계함이 북한의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의 발사 레이더 신호를 포착함에 따라, 적 경비정을 계속 뒤따라가 공격할 경우 아군 함정의 추가 피해 및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상황판단이 성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 경비정 왜 격침 안 됐나〓해군 초계함 2척의 현장 출동이 다소 지연됐고 현장 부근에 도착했을 때 우리 고속정 6척과 북한 경비정이 뒤섞여 정확한 조준 사격이 어려웠다고 군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군 당국은 도주하는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함정들로부터 총 3500여발의 집중 포화를 맞았지만 격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계함 2척 모두 곳곳에 널린 어망을 피해가느라 신속한 기동에 제한이 있었고 사격시 아군 고속정과 적 함정이 혼재돼 조준사격이 어려웠다는 것. 정동조 합참 전력기획실장은 “격침을 위해 함정의 흘수선(선체와 수면이 접하는 선) 이하를 겨냥해 사격해야 하는데 당시는 정확한 조준 사격이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북한 경비정이 무사히 도주한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일부에선 당시 컴퓨터로 자동통제되는 최신 함포로 수천발의 사격을 했는데도 적선을 격침하지 못한 것은 우리측의 사격술 등 전투 체계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관련 지휘관 문책 ‘유야무야?’〓국방부는 이날 교전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휘관 문책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적의 선제공격을 예상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후 NLL사수를 위한 전체 작전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므로 특정 지휘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는 교전 직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이 직접 나서 “책임이 있으면 지겠다”고 다짐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향후 대책〓국방부는 교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간 협의를 통해 정전시 유엔사 교전규칙의 보완을 감토하는 한편 ‘차기 고속정’ 사업을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내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태 발생시 완벽한 지휘통신 수단이 가동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고속정 승조원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우리 고속정이 북한 미사일 레이더망을 교란시킬 수 있는 체계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