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국회 본회의 소집일(8일)을 하루 앞둔 7일,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가 총무회담에서 ‘부의장은 국회의장을 배출하지 않은 정당에서 1석씩 갖되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운영위원장을 넘겨줄테니 대신 법사위원장을 달라’는 ‘히든 카드’를 전격 제시했다.
또 한나라당은 부의장 1석을 자민련에 양보하는 문제에 대해 신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막판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정 총무는 이와 관련, “8일 원구성 합의는 유효하다. 잘 될 것이다. (운영위원장을 한나라당에 주는 것은)밤새 고민하고 내린 결단이다”며 “하늘이 두 쪽이 나도 8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부의장 1석씩을 나눠갖고, 전반기대로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은 한나라당이 갖는다는 기존의 양당 합의는 유효하다”면서도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원 구성을 위한 중대결심’을 언급한 만큼 부의장 1석을 자민련에 양보하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양당이 이처럼 부의장 1석의 자민련 배려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국회의장 자유투표 결과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
현재 국회 재적의석수는 160석. 국회의장은 재적 과반수 득표에 의해 선출되므로 131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재적의석수의 딱 절반인 130석을 갖고 있어 유리한 입장이긴 하다.
그러나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외유중이어서 나머지 의원 전원이 참석해 한나라당이 내정한 박관용(朴寬用) 의원을 찍더라도 129석으로 2석이 모자라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무소속 한승수(韓昇洙) 의원도 외유 중이다.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을 다 먹은 것처럼 말하는데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며 ‘자민련 배려’를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 민주당은 김영배(金令培·6선) 의원으로 사실상 후보가 내정된 상태다.
이 때문에 8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자유투표가 이뤄지더라도 2차 및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자민련은 특정 후보 지지를 당론으로 모을지 개별 의원들의 의사에 맡길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김영배의원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평. 그러나 설상 김 의원을 밀기로 당론을 정한다해도 ‘친(親) 한나라당’ 성향의 의원들이 이를 그대로 따라줄지는 당 지도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