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8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정치권 일각의 개헌론에 대해 “이원집정부식 분권형 대통령제는 우리 헌법에 상당히 깊이 마련돼 있다”고 반대 논리를 펴던 중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얘기를 끄집어냈다.
노 후보는 “지금까지 헌법을 헌법대로 하지 않고 정치 관행에 의해 헌법을 왜곡 운영해왔다”고 지적한 뒤 “이 후보가 총리 시절이던 93년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에게 ‘왜 법대로 하지 않느냐’고 항의해 국민적 반향을 일으켰던 일도 있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가 총리 시절 YS에게 ‘총리의 헌법적 권한’을 주장했던 일을 인용한 것이다.
당내 국민참여경선 이전부터 책임총리제를 주장해 온 노 후보는 현행 헌법의 장관 제청권 등 총리 권한을 헌법대로 지키면 굳이 개헌 문제로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이 후보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 것.
이 후보측도 “총리의 권한을 헌법에 규정된 대로 보장하면 권력 분점은 가능하다”며 노 후보 주장에 동조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두 후보 사이에 ‘반(反)개헌’ 연대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