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문화부장관을 당분간 공석 상태로 두면서 개각 시기를 늦추는 것은 김 대통령이 아직 개각의 성격과 폭에 대한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이 가장 고심하는 대목은 물론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교체 여부.
이와 관련해 청와대 내부에선 두 가지 기류가 엇갈리고 있다. 조기 전면개각론과 분리 순차개각론이 그것이다.
그동안엔 이 총리의 후임자 물색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분리 순차개각론이 우세했다.
일단 문화부를 비롯해 개각요인이 생긴 일부 부처만을 대상으로 보각(補閣) 차원에서 부분개각을 단행한 뒤 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은 8·8 재·보선 이후 적절한 시기로 미뤄놓자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개각 등 인사 문제는 결국 사람을 찾는 일이다. 이 총리의 후임은 우리 쪽에도, 그리고 바깥쪽에도 괜찮은 사람이 돼야 한다. 이런 인물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결단이 늦어지면서 조기 전면개각론이 부상하고 있다.
다소 개각이 늦어지더라도 이 총리를 포함해 선거 관련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자치부는 물론 민주당 출신장관들까지 대폭 교체해 내각의 정치색을 완전히 벗고 면모를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두 갈래 주장은 모두 시기상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결국 이 총리의 거취와 맞물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총리가 2년 넘게 총리직을 무난히 수행해온 만큼 이 총리가 물러나더라도 ‘명예로운 용퇴’가 된다”며 “이 총리를 무작정 붙잡아두는 것은 이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제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9일 이 총리의 주례보고 때 이 총리로부터 자신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개각과 관련한 의견을 들은 뒤 10일 차남 홍업(弘業)씨에 대한 검찰 기소 이후 민심의 흐름을 살펴보고 개각 규모에 대한 최종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