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와 다른 상급부대의 판단〓13일 오전 10시45분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1척이 11일에 이어 6월 들어 두 번째로 NLL을 침범했다. 우리 고속정 2척이 즉각 출동해 차단 기동에 들어갔으나 북한 경비정은 이를 무시하고 NLL 남쪽 4마일까지 남하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해군은 2척의 고속정을 추가로 투입해 침범 2시간반 만인 오후 1시18분경에야 북쪽으로 쫓아낼 수 있었다.
이후 해군 2함대사령부는 △북한 경비정이 NLL 4마일 남쪽까지 밀고 들어왔고 △2시간30분간이나 퇴거를 거부했으며 △11일에 이어 연속 침범하는 등 예전과 다른 ‘특이동향’을 보였다고 판단해 해군 작전사령부에 이를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해군 작전사령부와 합참은 이를 무시하고 ‘단순 월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북한 경비정이 어선을 찾는 듯 배회했고 우리 측의 차단 기동에도 불구하고 저속으로 기동하는 등 별다른 위협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하급부대는 이상동향을 감지했지만 군 수뇌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않아 일선 장병의 경계심을 늦춘 셈이 됐다.
▽6월에만 5차례 NLL 침범〓6월 11일 오후 7시25분 서해 소청도 인근에서 북한 경비정 1척이 NLL 남쪽 0.5마일까지 남하했다 50분 뒤인 오후 8시25분 북으로 돌아갔다. 합참은 당시에도 역시 “북한 경비정이 인근에서 조업중이던 북한 어선의 단속 과정에서 NLL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또 6월 27일 낮 12시16분 경 북한 경비정 1척이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NLL 남쪽 1.5마일까지 침범했고, 교전 하루 전인 28일 오전 9시24분경에는 2척의 북한 경비정이 다시 NLL을 넘었다. 2척의 북한 경비정이 동시에 NLL을 침범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었다.
그러나 군 당국은 계속해서 ‘단순 침범’으로 발표하는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다 6월 29일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에 아군 24명의 사상자를 내는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6월 13일에 발생한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과 관련한 군 당국의 대응은 그날이 지방선거일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미온 대응과 ‘말 바꾸기’ 논란〓6월 중 발생한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단순 월선이었다는 합참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성급한 것이었음이 7일 합참의 6·29 서해교전 조사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합참은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6월 들어 북한 경비정들이 전과 다른 도발 징후를 보였지만 방심하다 공격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합참은 그동안 “북한 경비정이 어선 단속을 위해 월선한 것 같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해군의 전술지휘통제체제(KNTDS) 레이더 화면에는 북한 경비정이 침범했을 당시 단 한 척의 북한 어선도 NLL을 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류를 시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해교전 발발 직후 합참은 브리핑에서 “우리 함정 8척이 모두 유효사거리 내에 위치했다”고 발표했으나 바로 다음날엔 “초계함과 고속정 2척은 유효사거리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7일 조사결과 발표에선 “교전이 끝나갈 무렵 초계함 1척은 유효사거리 안에 들어가 있었다”고 밝혔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특이동향 보고란▼
통상적으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면 우리 해군의 고속정 편대가 출동해 대응을 한 뒤 상급부대에 그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여기에는 상황 종료 때까지 적 함정의 기동 속도, 포신의 방향, 승조원의 움직임 등의 정보가 포함된다.
특이동향 보고 또한 적 함정에 대한 일선 부대의 관측 결과로서 일종의 정보보고에 해당된다. 이로 인해 즉각적인 후속 조치가 취해지거나 군의 대비 및 경계태세가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군 수뇌부가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현장 정보로 활용된다.
군 수뇌부는 여기에 적 함정의 침범을 전후한 북한군의 무선교신 감청과 우리 군의 레이더 및 미국 첩보장비에 포착된 군사 동향 등을 종합 분석해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지난달 13일 해군 2함대사령부가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과 관련해 해군 작전사령부에 특이동향을 보고했는 데도 작전사령부가 단순침범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종합분석 과정에서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