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압력설 진상은 무엇인가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04분


청와대가 송정호(宋正鎬) 법무부장관에게 김홍업(金弘業)씨에 대한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설은 법무부 관계자들의 잇단 증언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압력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법무부에서 나오는 말들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법무부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갖고 있고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할 수 있지만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의 이러한 권한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발동될 수 있다. 대통령의 아들이 관련된 특정 사건에서 수사중단을 지시하는 것은 법률에 규정된 정당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아니고 불법 부당한 수사개입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측이 송 장관에게 수사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법무부장관에게 수사를 중단시켜달라고 요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부당한 수사 개입을 종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계좌추적을 통해 김홍업씨의 수상한 돈거래와 돈세탁을 발견해 검찰에 통보한 마당에 이를 덮으려고 했다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법무부장관이 인간적인 고뇌를 하면서도 수사 개입을 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청와대가 최근 개각을 검토하면서 검찰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송 장관 경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법무부장관을 통한 검찰조직의 장악이라는 발상 자체도 터무니없지만 국민의 지지도가 떨어진 임기말 정권이 법무부장관을 바꾼다고 해서 검찰 조직이 뜻대로 장악될지 의문이다.

대통령의 두 아들이 비리를 저질러 구속되기까지에는 청와대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크다.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각종 압력설이 꾸준히 흘러나오는 것은 청와대가 아직도 반성과 자숙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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