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선부대의 특이동향 보고에도 불구하고 단순침범으로 판단을 내린 이유와 주체, 잦은 말바꿈 경위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단순침범 판단 과정과 주체〓황의돈(黃義敦) 국방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6월13일 북한 경비정이 북한어선을 찾는 듯 일대를 배회했고 △아군 고속정의 차단기동에도 적극 대응을 회피했으며 △과거 유사 사례가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가 단순침범으로 판단해 합참에 보고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NLL인근 해역 작전을 담당하는 일선부대인 2함대사령부가 당시 북한경비정이 2시간30분이나 NLL 남쪽에 머무는 등 이상한 낌새를 보이자 ‘특이동향’ 보고를 올렸는데도 상급부대인 해작사에서 다른 판단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국방부는 2함대사령부가 특이동향 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6·29 서해교전 발발 이후 한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군 안팎에서 의혹이 제기된 뒤에야 뒤늦게 공개했다.
군의 한 관계자도 “통상 군 작전 과정에서 현장보고야말로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이다”며 “지속적인 NLL 침범과 북한 경비정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군 수뇌부가 단순침범으로 결론내린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말바꿈 경위〓국방부는 6월13일 침범 때 북한 경비정의 함포가 우리 고속정을 조준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관련, 이는 새로운 동향이 아니었으며 99년 서해교전 직후 몇 차례를 제외하고 남북함정들은 NLL 인근에서 대치할 때 항상 서로 조준 자세를 취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적 함정의 함포 조준이 올들어 나타난 특이동향이라고 발표한 7일 조사결과 내용과 정면 배치된다. 중요한 도발 징후로 볼 수 있는 적 함포의 위치와 관련한 분석이 며칠새 계속 엇갈려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군 수뇌부의 판단 실패 인정〓국방부는 6·29서해교전 이전에도 북한군의 비정상적 활동이 있었지만 이를 기습공격의 준비과정이라고는 판단하지 못했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군 수뇌부의 판단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스스로 정보력의 부재와 판단 잘못을 인정한 만큼 정밀한 실태 조사를 통해 관련 지휘관을 문책하고 사후 대책을 세우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