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NLL침범' 軍해명 의문점]'異常'현장보고 누가 무시했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13분


착잡 [사진=안철민기자]
착잡 [사진=안철민기자]
지방선거일인 지난달 13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특이동향’과 관련, 군 수뇌부가 이를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이 확산되자 국방부는 9일 브리핑을 통해 당시 북한 경비정의 행동은 단순침범이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선부대의 특이동향 보고에도 불구하고 단순침범으로 판단을 내린 이유와 주체, 잦은 말바꿈 경위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단순침범 판단 과정과 주체〓황의돈(黃義敦) 국방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6월13일 북한 경비정이 북한어선을 찾는 듯 일대를 배회했고 △아군 고속정의 차단기동에도 적극 대응을 회피했으며 △과거 유사 사례가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가 단순침범으로 판단해 합참에 보고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NLL인근 해역 작전을 담당하는 일선부대인 2함대사령부가 당시 북한경비정이 2시간30분이나 NLL 남쪽에 머무는 등 이상한 낌새를 보이자 ‘특이동향’ 보고를 올렸는데도 상급부대인 해작사에서 다른 판단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국방부는 2함대사령부가 특이동향 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6·29 서해교전 발발 이후 한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군 안팎에서 의혹이 제기된 뒤에야 뒤늦게 공개했다.

군의 한 관계자도 “통상 군 작전 과정에서 현장보고야말로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이다”며 “지속적인 NLL 침범과 북한 경비정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군 수뇌부가 단순침범으로 결론내린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말바꿈 경위〓국방부는 6월13일 침범 때 북한 경비정의 함포가 우리 고속정을 조준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관련, 이는 새로운 동향이 아니었으며 99년 서해교전 직후 몇 차례를 제외하고 남북함정들은 NLL 인근에서 대치할 때 항상 서로 조준 자세를 취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적 함정의 함포 조준이 올들어 나타난 특이동향이라고 발표한 7일 조사결과 내용과 정면 배치된다. 중요한 도발 징후로 볼 수 있는 적 함포의 위치와 관련한 분석이 며칠새 계속 엇갈려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군 수뇌부의 판단 실패 인정〓국방부는 6·29서해교전 이전에도 북한군의 비정상적 활동이 있었지만 이를 기습공격의 준비과정이라고는 판단하지 못했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군 수뇌부의 판단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스스로 정보력의 부재와 판단 잘못을 인정한 만큼 정밀한 실태 조사를 통해 관련 지휘관을 문책하고 사후 대책을 세우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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