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류 요도호 납치범 4명 "日 자진귀국 하겠다"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45분


1970년 일본 여객기 ‘요도호(號)’를 납치해 북한으로 끌고 간 뒤 망명생활을 해 온 옛 적군파(赤軍派) 대원 4명이 일본으로 자진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고니시 다카히로(小西隆裕·57), 아카기 시로(赤木志郞·54) 등 요도호 납치범 4명은 일본에 들어오기 위해 도항(渡航)신청서(임시여권)에 서명해 평양에서 만난 일본인 대리인에게 넘겼고, 이 대리인은 이를 소지하고 9일 일본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일본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이들은 80년대 이후에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무죄를 인정해 주면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체포를 당하더라도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귀국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납치하지도 않은 일본인들을 우리들이 납치했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북한을 떠나기 위해서는 북한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들을 출국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최근에는 테러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요도호 납치범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15년째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려 놓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이들을 추방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정치망명을 한 사람들을 추방할 수는 없다”고 버텨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관계개선을 위해 이들을 내보내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본인들의 의사에 따른 자진 귀국 형식을 취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요도호 사건이란▼

1970년 3월 31일 적군파대원 9명이 하네다(羽田)발 후쿠오카(福岡)행 일본항공(JAL)소속 여객기 ‘요도호’를 납치해 승객과 승무원 129명을 인질로 삼고 북한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한 일본 최초의 공중납치사건.

후쿠오카 공항에서 승객 23명을 내려준 뒤 북한으로 향했으나 수사당국은 한국 김포공항을 북한공항으로 속여 착륙을 유도했다. 이를 알아챈 납치범들은 3일간 기내농성을 벌이다 야마무라(山村) 운수성차관을 인질로 잡는 대신 기장과 승무원 3명을 제외한 전원을 풀어줬다.

4월 3일 평양으로 들어간 이들은 망명을 요청해 북한에 눌러 앉았다. 일본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이들을 ‘국외이송목적 약취’혐의로 수배하고 수사를 계속해 왔다. 9명의 범인중 3명은 숨졌으며 2명은 귀국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귀국의사를 밝힌 4명이 일본에 들어와 구속되면 신병처리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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