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장 감싸고…민주당 검찰 옥죄고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의 사표제출 소동을 계기로 정치권이 또다시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 감싸기’에 나섰고, 민주당은 검찰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성토하는 등 양당은 전혀 상반된 시각에서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권력비리 수사가 한창인 시점에 이 총장이 사퇴해서는 안된다. 이 총장은 임기 동안 검찰 중립화를 완수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킨 김정길(金正吉) 법무부장관이 복귀한 만큼 이 총장은 굳은 의지로 검찰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할 것이다”며 “국민들이 이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실로 크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이 총장을 감싸는 것은 최근 대통령의 두 아들을 구속한 검찰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다 송정호(宋正鎬) 전 법무장관에 이어 이 총장까지 물러날 경우 권력비리 수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한나라당은 영남 출신인 이 총장에 대해 “그래도 검찰 내에 그만한 인물이 드물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두 건이나 논평을 내고 “청와대 압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김홍업(金弘業)씨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밝혀냈다” “신승남(愼承男) 김대웅(金大雄)씨의 기소는 평가받을 만하다”고 검찰을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이날 민주당에서는 검찰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유용태(劉容泰) 사무총장은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세풍(稅風)’ 아이디어를 내 실질적인 배후역할을 했던 석모씨가 검찰의 출두요구에 응하지 않고 몇 년 전부터 경희대에서 연구활동을 해왔는데, 검찰이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어떤 의미에선 상당히 편파적인 수사활동을 했다는 의구심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도 “그 사람이 이 후보 캠프에 다시 들어갔느냐. 어떻게 그런 사람에 대해 수사를 안하는지 정말 가관이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김홍업씨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김씨가 헌 수표를 베란다에 쌓아 보관했다’고 발표한 데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핵심당직자는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흘려 민심을 자극하고 계획적인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용범(李鎔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이 대통령 아들 비리는 ‘아파트 베란다’까지 샅샅이 뒤지면서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비리의혹에 대해선 미적대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