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구속기소됐는데….
“과거 야당 시절 다섯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30년 간 연금 망명 감시 하에서도 지금같이 참담한 심정을 느낀 적이 없다. 납치돼 바다에 던져지려 할 때도, 사형이 선고돼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릴 때도 마음은 떳떳했으나 지금은 그 떳떳함조차 없다. 지금과 같이 참혹한 시대가 없었다. 사실 월드컵에 응원하러 나갈 때 발이 천금같이 무거웠다. 무슨 낯으로 국민을 볼 수 있는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이 손을 흔들면서도 얼굴에 철판을 까는 심정이었다. 우리 내외가 같이 앉아서도 말을 잃고 몇 시간씩 그냥 앉아 있었던 때도 있었다. 제 자식들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받는 데 대해 조금도 이의가 없다.”
-김홍일 의원의 거취 문제는….
“그는 내 자식이지만,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선거구민이 선출한 것이다.”
-차남 홍업씨 등 아들들 문제에 대해 사전에 보고를 받았나.
“사전정보를 받지 못했다. 참 유감으로 생각한다. 친인척에 대해 엄중 감시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너무 소홀함이 있어 반성하고 있다. 구체적인 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수사나 법무부장관 교체를 두고 논란이 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내가 논평하는 것은 적당치 않고, 나는 검찰이 법에 의해 처리했다고 믿고 있다. 검찰이 어느 사건은 철저히 하고, 어느 사건은 적당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현직 국가정보원장이 홍업씨에게 떡값을 줬는데….
“내가 듣기로 개인적인 돈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자식이 개인적인 돈이라도 받은 것은 잘한 일이 아니다.”
▽아태재단 문제
-아태재단은 어떻게 처리하나.
“아태재단은 완전한 공익법인이다. 어떤 개인이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해체하면 정부에 귀속된다. 재산이 100억원 되고 부채가 30억∼40억원이 된다고 한다. 현재는 휴식상태에 있다. 검찰 발표에서 아태재단은 어떤 비리도 없었다. 다만 주요 간부였던 내 자식과 기타 간부가 비리에 연루된 만큼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나는 창설자로서 이사들과 상의해 아태재단을 전면 개편, 정치적 색채가 없는 분들이 맡아서 완전 새출발하도록 하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
▽서해교전사태 이후 대북정책
-서해교전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서해교전은 북한이 불법적으로 도발한 것이다. 우리 해군은 북한군을 격퇴하는 데 성공했다. 작전에 있어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는 얘기는 있지만 그것이 서해교전에 대해 폄훼할 이유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해교전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지시에 의한 것인가.
“확실하게 단언할 자료가 충분치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했다면 남북공동선언을 위배한 중대한 문제이고, 김 위원장이 지시하지 않았는데 일부에서 도발했다면 그것은 북한의 통제가 유지되지 않아 언제든지 무력도발을 감행해 잘못하면 전쟁으로 연결되는 위험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도 큰 문제이다. 여러 가지로 살피고 있고 판단을 유보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정보는 갖고 있다.”
-앞으로 북-미관계 등은 어떻게 되나.
“북한과 미국이 회담을 하려다 중단했지만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양측 다 회담에 대해서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했을 때 다시 열리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장상 국무총리서리 문제
-장 총리서리에 대한 사전검증 보고를 받았나.
“장 총리서리에 대한 사전검증은 했다. 여러 가지 말이 나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질 것이기에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회 인준 전망은….
“인준은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 역사상 첫 여성총리이고 인품이나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평가받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색채가 전혀 없어 공정한 선거관리에도 적임자로 생각한다.”
-누가 추천했나.
“장 총리서리는 내가 잘 안다. 일부에서 아내를 얘기하는데 내가 아내에게 이렇게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 아내도 장 총리서리를 좋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잘 안다. 비서실장과도 상의했고 내 지시에 의해 장 총리서리를 접촉했다.”
▽앞으로의 국정운영 등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은….
“월드컵에서 내적으로 솟구친 힘,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월드컵 4강에서 경제 4강으로 발전시켜야겠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국민적 단합을 잘 활용해 고질적 지역대립 등을 극복해야 한다. 확실하게 정치적 중립 입장에서 남은 7개월 간 국정을 잘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대선후보나 정당대표 등 정치지도자를 만날 용의는….
“만나는 데 조금도 이의가 없으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개헌논의에 대한 의견은….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퇴임 후라면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관심도 있다.”
-퇴임 후 하고 싶은 일은….
“확정된 것은 없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서서히 생각하도록 하겠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