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외교활동 부실"…상당수 '관광성 외유'에 그쳐

  • 입력 2002년 7월 16일 11시 42분


15대 국회(1996∼2000) 당시 의원들의 외교활동이 사전준비 부족에 뚜렷한 목적도 없이 부실하게 진행되면서 방문외교 본래의 목적을 살리지 못한 채 상당 부분 '관광성 외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이 국회사무처의 '국회의원 외교활동현황'을 분석,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5대 국회 때 이뤄진 88건의 방문외교 중 상임위 시찰과 특별대표단 방문이 각각 27건, 친선협회와 외교협의회 방문이 각각 13건과 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임위시찰 관련 보고서 16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일정 12일 중 방문국 주요인사 면담이나 주요기관 방문 등 '주요외교활동'에 사용된 기간은 평균 4.2일에 불과한 반면 일정이 누락되거나 관광 휴식 등에 사용된 기간은 5.4일로 나타났다.

친선협회 활동관련 보고서 8건의 경우 평균일정 12.4일에 주요외교활동 기간은 사흘이 채 못된 반면 관광이나 일정이 누락된 기간은 7.8일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방문국은 평균 2개국인데 비해 경유국이 2.4개국으로 경유국이 더 많았다.

경실련이 '최악'으로 꼽은 '한-모로코·세네갈 친선협회 보고서'의 경우 97년 4월24일부터 5월11일까지 방문국은 2개국에 경유국은 6개국에 달했으며, 18일간 일정 중 활동내용이 기재돼 있는 기간은 단 이틀로 그나마 의례적 대화가 외교활동의 전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협의회 활동의 경우도 8∼12일간 장기체류에도 불구하고 공식적 외교활동은 3∼4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미의원외교협의회 외에는 대부분이 보고서에 4∼9일간의 세부일정이 누락돼 있었다.

경실련은 다만 97년 '일본의 어선납치대책 소위원회'와 99년의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협상지원 의원대표단' 등 기타 특별대표단의 경우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현안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97년 5월 여성공직참여도 파악 등을 위해 멕시코 등을 방문한 여성특위시찰단의 보고서도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각각 평가했다.

경실련은 "대부분의 보고서가 부실하고 형식적이어서 방문외교가 확보해둔 예산을 쓰기 위한 전시성 시찰이나 관광성 외유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부실한 친선협회활동을 없애고 현안에 집중하는 특정외교 비중을 높이며 이에 대한 철저한 심사와 시민단체 등의 감시 평가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2000년 국회의원 외교활동 보고서와 회계내역 등 외교활동에 관한 자료일체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회사무처는 "국가안전보장 국방 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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