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2002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에 북한에서 열린 ‘아리랑 축전’에 참석, 평양 개성 원산 등 북한의 주요도시를 둘러본 미하엘 와일러 특파원의 방북기를 3면에 걸쳐 소개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와일러 특파원은 개성 방문 이틀째인 지난달 27일 오전 6시경 확성기를 통해 터져 나오는 선전구호 소리에 잠을 깨 안내원의 동행 없이 숙소를 나와 거리를 구경하던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북한 주민이 등 뒤에서 접근,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털어놨다고 전했다.
올해 47세로 구동독에서 의학을 공부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주민은 혹시 있을지 모를 감시를 의식한 듯 독일어로 “지도층들은 풍요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데 반해 수많은 아이들이 기아로 죽어가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다고 부인에게 말한 게 화근이 되어 교화소에서 1년을 보내고 최근 출소했다”고 말했다는 것.
그는 또 “젊은이와 노인을 가릴 것 없이 주민들이 풀뿌리나 씨앗 등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땅바닥을 뒤졌다”며 북한의 전력 및 식수난, 병원 실태 등을 폭로했다.이 주민은 특히 “평양은 전시를 위한 세트에 불과하다”며 “당신이 그곳에서 보는 것은 허구일 뿐”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와일러 특파원은 소개했다.와일러 특파원은 이 주민과의 대화가 뒤를 돌아보지 못한 채 길을 걸으면서 이뤄졌기 때문에 얼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