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정부, 공적자금 대책싸고 논란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56분


한나라당의 공적자금 손실액 추정 및 상환대책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안도 시안(試案)의 하나’인 만큼 야당의 주장도 일단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실무자들은 한나라당의 상환재원 마련 등에 대해선 건설적인 의견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손실액 추정 등에 대해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야당의 공식 문제제기를 계기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어 18일 금융연구원과 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공적자금 상환대책 공청회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적자금 손실액 추정 및 상환대책을 둘러싼 쟁점과 논란을 정리해본다.

▽공공자금 10조원은 손실인가〓정부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출자한 공공자금 10조원은 추후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회수가능액에 포함시켰다. 정부가 국책은행에 현물 출자한 만큼 정부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부분을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정부에 앞서 공적자금 손실액을 추산했던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연구위원은 “정부가 다른 곳에 쓸 재원을 국책은행 지분으로 묶어놓은 만큼 최소한 이자수익은 포기하는 것”이라며 “넓게 보아서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자금 이자액 18조원의 처리도 논란거리.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 채권의 보증을 섰기 때문에 재정융자특별회계를 통해 이자를 빌려줬다. 두 기관의 상환여력이 바닥난 만큼 이 융자분을 손실로 처리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공적자금 손실액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인정하지만 공적자금 투입액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자부담 논란〓정부는 상환부담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69조원이라고 발표한 반면 한나라당은 ‘금리 7%, 25년 분할상환’이란 가정을 붙여 이자부담만 103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제2정조위원장은 “한나라당 계산법에 따르면 공적자금 원금을 갚지 않은 채 매년 이자를 내는 방식으로 영구채권을 발행한 영국과 멕시코는 국민부담이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다”며 “69조원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진영욱 한화증권 사장은 “상환기간에 따라 이자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이자부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도 “69조원을 갚을 능력이 지금 당장 없는 만큼 이자부담은 함께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갚아야 하나〓한나라당은 정부의 ‘25년 분할상환’이 재정정책 운용에 제약이 된다며 15년 상환 방안을 제시했다. 연금지급 수요 등이 늘어나고 재정정책 수단이 중요해지는 만큼 빨리 갚아버리고 재정이란 거시경제 조절수단을 확보하자는 취지. 정부는 이에 대해 “공청회를 통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李昌鏞·경제학) 서울대교수는 이와 관련, “원금은 갚지 말고 이자만 갚아나갈 경우 경제규모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부채비율도 낮아지면서 국채시장을 육성할 수 있다”면서 ‘멕시코식’ 해법을 내놓았다.

반면 장승우(張丞玗) 기획예산처장관은 “향후 통일과 연금지출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재정건전화는 조기에 달성하는 것이타당하다”며 이 같은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무엇으로 어떻게 갚나〓한나라당은 정부가 제시한 금융 재정 분담비율이 현 시점에서 무용하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분담비율을 굳이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엿보인다.

정부가 금융권에 골고루 특별예보료(예금보험대상액의 0.1%)를 내게 하고 세수(稅收)증대, 세출축소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은 세수증대를 포기하고 △한국은행의 당기순익을 재정으로 돌려 원리금을 갚는 데 쓰거나 △매년 남는 예산을 빚 갚는 데 쓰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두 방안은 이미 정부와 한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특별계정’ 신설 방안은 정부가 이미 내놓은 ‘공적자금상환특별기금’ 신설안과 비슷하다. 그러나 정부가 공청회 국회심의 및 특별법 신설 등 통상적인 후속절차를 생각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공적자금 운용의 난맥상을 파헤치겠다고 밝혀 공적자금 논란은 하반기 정치권에 회오리를 몰고올 전망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공적자금 관련 쟁점 비교
쟁점정부한나라당
손실액 69조원 국책은행 등에 출자한 10조원은 지금도 정부가 보유하고 있으므로 손실이 아님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손실로 집계해야 함
이자부담 23조원공적자금 ‘투입액’은 아님손실액으로 잡아야 함
상환기간25년15년
상환재원 마련·금융권 20조원, 재정 49조원 분담·특별예보료와 세수증대, 세출감축으로 마련·분담비율을 미리 정하지 말아야·한국은행 순익을 상환에 전용, 세출축소 등
향후 대책공청회와 국회심의 거쳐 특별법 제정국정조사 추진, 국회에공적자금특위 구성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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