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아직 북한 당국이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주로 베이징(北京)과 도쿄(東京) 등의 해외소식통으로부터 이런 소식이 간접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점으로 미뤄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상황이 과장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의 주요 변화는 쌀 배급제 폐지와 물가 및 월급 10∼20배 인상, 그리고 성과와 노동시간에 따라 월급을 차등 지급하는 인센티브제 도입 등이다.
특히 쌀 배급제는 북한이 과거 수십년간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단골 메뉴’로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경제의 심각성을 입증하는 사례라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은 90년 이후 매년 100만∼200만t이 부족한 구조적인 식량난을 겪어왔으며 이미 200만명 이상이 기아와 질병 등으로 숨진것으로알려졌다. 올해 역시 100만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정부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쌀 배급제가 당분간 부분적으로 유지되더라도 이미 유명무실해져 점차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배급제를 폐지하더라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를 법안으로 공포하는 등 공식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익표(洪翼杓)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배급제 포기는 비공식적으로 존재해 온 농민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제시스템의 틀을 바꾼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북한식 사회주의 계획경제 틀 안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도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만으로 북한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중국식의 개혁개방으로 간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며 “일단 몇 가지 물품을 대상으로 배급제를 없앤 뒤 점차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승렬(吳承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는 그동안 물자부족으로 생필품 구입이 어려웠는데 이런 것들을 배급하지 않고 국영상점 등에서 판다는 것은 북한 경제가 나름대로 조금씩 정상을 찾아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