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李후보 의원직 사퇴" 한나라 "오만의 극치"

  • 입력 2002년 7월 19일 19시 07분


민주당이 1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정식으로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오늘 우리 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언급한 데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유와 고함을 지른 것은 제왕적 후보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의회 파괴행위이다”고 비난하면서 이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또 “이 후보는 비례대표인 전재희 의원을 빼내 8·8 재·보선에 공천하는 등 자기 당 소속 의원을 사병화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에 배정된 국회직을 특정지역 싹쓸이 인사로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에 대한 의원직 사퇴 요구는 이미 오래 전에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이 후보를 맹공한 데 이어 곧바로 최고위원 회의에서 의원직 사퇴 요구를 결정했다. 또 이 후보와 관련된 5대 의혹 진상규명 특위에 5개 소위를 구성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동원돼 급기야 이 후보의 의원직 사퇴 요구라는 강공책까지 꺼내 든 것은 8·8 재·보선을 앞두고 정국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민주당이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하다”며 “민주당이 이 후보에 대해 국회파행 책임 운운했는데 국회 파행은 당론도 없는 민주당의 혼란 때문이었다”라고 역공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국민의 요구인 비리척결을 외면, 국회 파행을 초래했다”며 “국무총리서리제도만 해도 민주당 대변인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기조위원장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고 이 혼란이 오히려 국회파행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종구(李鍾九) 대통령후보 공보특보는 “남의 당 대통령후보에 대해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오만한 발상의 극치이다”며 “이 후보는 국민의 뜻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다”고 말했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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