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前장관- 헌츠먼 부대표 대화록 내용

  • 입력 2002년 7월 21일 18시 56분


21일 공개된 존 헌츠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이태복(李泰馥)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담록을 통해 밝혀진 미국측의 요구는 ‘내정간섭’의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만큼 강력했다.

특히 급여기준 설정과 관련한 요구는 급여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의사들의 처방빈도와 진료비 삭감이 달라지는 중요한 사안인데도 구체적인 요구를 해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또 헌츠먼 부대표가 특정업체와 약품 이름까지 거론한 사실은 미국의 제약업체들을 위해 미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로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 김홍신 의원측은 이 전 장관과 토머스 허버드 대사 간의 3월11일 면담록도 함께 공개했다.

헌츠먼-이태복 대화록(6월11일 오후 복지부 장관실에서 1시간10분간 진행)

이태복

▽헌츠먼〓심사평가원(심평원)이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적용할 때 절차상의 비투명성으로 인해 업계가 좌절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심평원의 결정과정에 의사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

▽이태복〓외국계 제약사들의 경영실적이 호전돼 시장점유율 확대속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심평원의 약가결정과정에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대한의사협회 등과 논의토록 하고 있고 충분한 소명절차를 제공할 것이다.

▽헌츠먼〓업계가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복지부가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실무회의에 의약대표 제약업계 등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이태복〓일부 의약품의 경우 보험가격을 등재하고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 뒤 등재가격으로 청구하는 사기행위를 하고 있다. 시정조치를 즉각 취할 것이다. 하지만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은 이해되지 않는다.

▽헌츠먼〓릴리사의 경우 회의개최에 대한 정보가 없었으며 환자에게 약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한 자료를 제공할 수 없었다. 업계대표들이 심평원의 기준설정에 참여해야 한다.

헌츠먼

▽이태복〓전문성이 부족하면 전문가를 바꾸면 된다. 급여기준 설정은 전적으로 건강보험공단의 권한이다. 관렵업계는 심사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헌츠먼〓심평원이 업계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태복〓이 문제들은 약가실무회의에서 논의해 반영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건 약가산정 절차의 제고 및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헌츠먼〓장관이 동의한다면 실무회의에서 명확한 절차가 정해지기 전에는 심평원이 새 급여기준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업계에 전해도 되나.

▽이태복〓급여기준설정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는 사항으로 심평원 소관이 아니다. 절차의 투명성은 보장하나 사전 약가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안되는 일이다.

허버드대사-이태복 대화록(3월 11일 오후 장관실에서 20분간 진행)

▽허버드〓약가 정책수립과정에 미국 등의 관련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길 원한다. 지난번 헌츠먼 부대표가 이경호 차관과 면담 시 실무회의를 개최키로 했으나 아직 하지 않고 있다. 다음달 상무부 차관보의 방한 이전에 회의가 열려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

▽이태복〓실무회의 개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각국 간의 제도적 차이를 인정하고, 충분한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국회에서는 고가약 억제정책을 수 차례 권고했다. 당사자들과 논의할 것이다.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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