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파문' 관련부처 반박戰

  • 입력 2002년 7월 21일 23시 42분


2000년 한중 마늘협상 때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방침을 관계 부처와 사전에 협의했다는 외교통상부의 해명에 대해 당시 농림부 장관이었던 김성훈(金成勳)씨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연장해야 한다”는 한국 내 일부 주장에 대해 중국이 반대 입장을 나타냄으로써 양국 간 외교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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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 전 장관은 ‘주간동아’에 보내온 e메일을 통해 “2000년 6월과 7월 세 차례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방침’이 논의된 적도, 상정된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외교통상부가 관계 부처에 알리지 않고 외교문서에 서명했다는 뜻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은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논의를 어렴풋이 포착한 것은 그해 7월 초였으며 당시 협상대표단에 참여한 농림부 관계자가 의견 조회를 해와 농림부 차관 명의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합의서에 농림부 의견이 반영됐다는 보고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0년 7월 15일경 외교통상부로부터 팩시밀리를 통해 문제의 부속서를 전달받았다”면서 “당시 담당 국장이나 차관보 등은 세이프가드가 풀린 뒤의 정상적인 교역 상황을 서술한 것으로 이해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교통상부의 누구도 이 부분이 ‘세이프가드를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다’는 의미라는 점을 말해주지 않았으며 그 서한이 어떤 효력을 갖는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측은 “당시 농림부 채소특작과에 협상 관련 합의문을 보내 김 전 장관이 공람한 뒤 서명한 사실까지 확인했다”면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국이 국내 여론에 따라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을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한중 간 외교분쟁마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양국은 25일 열릴 예정이던 한중 간 ‘무역실무위원회’를 9월 초로 연기했다. 외교통상부는 “무역실무위 연기는 ‘마늘협상 파동’과는 관련이 없으며 양국 대표단의 일정에 따라 연기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정확한 연기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주한 중국대사관은 20일 오전 리샤오칭(李曉淸) 경제공사를 외교통상부에 보내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 연장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중국 측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통상부 박상기(朴相起) 지역통상국장은 “리 공사가 찾아와 20여분간 면담하며 2000년 양국 간에 맺어진 마늘협상 내용은 예정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면서 “그러나 한국 내에서 재협상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등의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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