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DJ의 정책’이란 등식이 존재하는 한 어설픈 대북정책의 차별화 시도가 일반 국민에게 쉽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판단아래 기존의 지지입장에서 ‘U턴’을 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그는 그동안에도 햇볕정책의 문제점으로 △남북대화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고 △야당의 동의와 국민의 합의를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했으며 △북한의 예외적 행동이나 도발에 너무 관대하다는 점 등을 간헐적으로 공사석을 통해 지적해왔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햇볕정책 비판은 “DJ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하겠다”는 그의 다짐에 묻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실제로 공개적인 대중 연설 장소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비판과 남북대화의 중요성에 무게중심을 두어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노 후보의 이날 발언은 6·29 서해 교전 이후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을 감안한 공식적인 ‘탈 햇볕정책’ 선언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한편 청와대측은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22일 대정부 질문에서 “DJ는 실패한 대통령”이란 발언을 한 데 이어 노 후보의 입에서 햇볕정책 비판발언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노 후보가 현실적으로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넘어서는 안될 선까지 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햇볕정책 관련 발언 | 시기 | 발언 내용 |
3.30 | 대북정책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는 남북간 신뢰를 증진시키느냐 아니냐의 관점에서 주로 봐야 한다. DJ의 대북정책은 이 관점에서 하나의 빈 틈 없이 잘 되고 있다. |
4.4 | (내 대북정책은) 김대중 대통령과 현 정부의 햇볕정책 추진론자들이 지녀온 실용주의적 견해를 수용한 것으로 현 정부 여당의 입장과 같다. |
5.28 | 남북대화가 잘 안 풀리고 으르렁 싸우고, 언제 전쟁날지 모르고 하면 모든 것이 헛일이 되고 만다. 남북대화만 잘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다 깽판 쳐도 괜찮다. |
7.1. |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새로운 문제 제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북정책의 기조는 함부로 흔들어선 안된다. |
7.20 | 남북대화 꼭 성공시키겠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처럼) 전략적 상호주의, 검증, 투명성 같은 어렵고 복잡한 얘기 안 하고, 신뢰 증진을 제1의 과제로 하겠다. |
7.23 | 햇볕정책 시행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고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우선 햇볕정책이란 명칭이 문제가 있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